<미안합니다>빚 청산에 쫓겨 어릴 적 변변한 장난감 하나 못사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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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들에게

제대로 된 족적을 남기지 못한 채 벌써 일흔하나, 지난 세월 가끔 떠올리다 보면 돌아가신 부모님, 두 아들, 실인(室人·아내)에게 더러 미안해진다.

15년 동안 어머니 병환과 남겨진 빚 청산, 방 하나에 네 식구가 기거하고, 애들에게 변변한 장난감 하나 마련해주지 못하고 다른 집 애들 신발도 얻어 신기는 어려운 생활에 가끔은 눈물짓기도 했다.

아침과 점심을 한꺼번에 해결하기도 했지만, 누군가 대신해 줄 수 없기에 어렵지 않은 척했다.

지나고 보니 애들 학교 성적이 괜찮았고 모범적이어서 다른 걱정이 없던 그때가 내 인생에 제일 행복했던 시절이었던 것 같다. 둘 다 고맙게 생각한다.

큰애는 글자를 일찍 깨우쳤고 불우한 이웃을 보면 지나치지 못하는 등 괜찮은 ‘떡잎’이었다. 큰애 여섯 살 때, 중풍으로 반신불수가 된 시어머니 간병과 시아버지의 까칠함에 힘들어하던 실인의 “헤어지자. 애들 데리고 가라”는 응어리진 절규를 밤새 들었는지 새벽에 ‘아빠, 같이 가자’고도 했다. 어린 것이 얼마나 겁이 났을까? 또 대기업 취업 후 의학전문대학원에 가기를 희망했는데 들어주지 못했다. 작은애, 어릴 적 너무 아파 푸닥거리도 하고, 투정부린다고 장롱 안에 가둬 혼을 냈는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되지 않았을까? 응석받이에, 글자도 형보다 늦게 깨우쳐 걱정했는데, 또 다른 대기업에서 그런대로 근무하고 있다. 내생(來生)엔 볼품없는 나와 피안(彼岸)의 언덕에 있을 녀석들을 그려본다.

중고등학생 때는 과외나 학원도 뒷받침 못해줬고, 대학생 때는 남들은 흔하게 다녀오던 어학연수도 보내주지 못했다. 넉넉한 환경을 만들어 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떨쳐 버릴 수 없다. 철들기 전까지 사진첩을 만들어주면서 사진마다 설명을 곁들였고, 때려본 일이 없었다는 것, 큰애는 태어나는 날부터 일기를 써줬다는 것이 미안한 마음을 조금 가볍게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제 나이 마흔넷과 마흔둘, 남들은 제대로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지만 기회는 평등하지 않고 과정은 공정하지 않고 결과는 정의롭지 못한 세상을 어떻게 걸어갈까 걱정이 된다. 게다가 지금 뼈저리게 와닿는 돌아가신 어머니 말씀 “애들은 꼬물거리고 품에 안기는 때가 좋다. 크면 클수록 걱정이 많아진다”는 진리를 애들이 스물이 넘어서야 짐작하게 됐고, 이제야 실감하게 된다. 이제 머지않아 여기를 떠나게 된다. 가장 큰 여망은 큰애, 작은애 모두 건강하며 딸린 식구들과 행복하게 잘 사는 것이다. 거기에 보탬이 되고자 나 스스로는 나이 더 들더라도 추해지지 않고, 병들어 애들을 힘들게 하지 않기를 발원 기도한다.

설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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