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눈송이 내려앉는 소리 들은 적 있나요[어린이 책]

■ 어린이 책

삼각뿔 속의 잠
임희진 글│나노 그림│문학동네

첫눈이 내렸다. 첫눈이 내린 김에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비밀을 적는다. 깊은 새벽 나는 소리를 들은 듯하다. 첫 눈송이가 세상에 내려앉는 소리를.

눈송이가 사락사락 내려앉는 소리가 귀에 들어온 건 마침 이 책을 읽고 있어서 가능했는지도 모른다. 임희진의 첫 동시집 ‘삼각뿔 속의 잠’은 ‘예민한 아이’를 조명한다. 아주 작은 소리도 크게 듣고 미세한 표정 변화도 놓치지 않는 아이, 곤두서 있느라 금세 방전되고 마는 아이를 말이다.

예민한 아이는 생각에 빠진다. 한 블록이 다른 블록을 건드려 연이어 넘어지는 도미노 놀이처럼 생각은 생각을 불러온다. 그러다 보면 신경이 뾰족해져 도통 잠을 이룰 수 없다. 표제작 ‘삼각뿔 속의 잠’은 “밤사이 몇 번이나 잠이 눈을 뜨는지” 예민한 아이의 뒤척임을 탁월하게 담고 있다.

성장하면서 마주치게 되는 질문이 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를 때”(‘모르겠어’)나 “백합 아래 질경이처럼 눈에 띄고 싶지 않을 때”(‘모르는 척해 줘’)가 오면 자기 안으로 걸어 들어갈 필요가 있다. “오래 머물면서 차츰 선명해지는 나”(‘우물 안’)를 발견하며 자신을 알아가야 한다.

임희진 시인은 “여러 겹을 이룬 나”(‘겹’)를 찾는 데 따르는 성장의 어려움을 잘 안다. 동시에 “깜깜하면 깜깜할수록 빛이 가득”(‘강물처럼’)하다는 것 역시 잘 아는 사람이다. 뒤처지는 것 같아 스스로가 한심해지는 순간에도 사실은 “디딜 때마다 다른 데”(‘제자리걸음’)라고 말해준다.

민감한 알아차림은 어렵고도 귀중한 능력이다. 등에 부서진 집을 진 달팽이(‘달팽이 집’)의 흉터나 “온몸으로 비를 맞고 있는 것 같”(‘나를 기다려’)은 아이의 마음을 보라. 예민하고 섬세한 솜털을 지닌 어린 존재들이 더디더라도 자기 길을 꿋꿋이 나아가기를 바라는 시인의 목소리가 환하다. 120쪽. 1만2500원.

남지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