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밤낮없이 의술 연구”… 조선 의학박사 2호 된 박창훈[송종훈의 백년前 이번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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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종훈의 백년前 이번週

의정 갈등으로 혼란한 시기를 겪어서인지 100년 전 보도된 한 기사에 눈길이 간다. 조선 사람으로 두 번째 의학박사가 된 경성의학전문학교(현 서울대 의과대학)의 박창훈(朴昌薰·29) 조교수의 이야기다. 1925년 2월 17·18일에 걸쳐 조선, 동아, 매일신보에서 그에 대한 기사를 다루고 있는데 그 이야기를 한번 찾아가 보자.

경성의학전문학교 조교수 박창훈 씨는 그동안 교토(京都)제국대학 의학부에 ‘목양봉과직염(木樣蜂과織炎))에 취(就)하라’라는 논문을 제출 중이더니, 16일에 의학박사로 결정하였다 하는 통지가 경성의학전문학교에 도달하였다. 이로써 조선인 의학박사는 윤치형(尹治衡) 씨와 아울러 두 사람이 되었더라.

기사는 그의 악부(岳父·장인)의 이야기로 계속 이어진다.

관철동 30번지 박창훈 씨가 몸을 부치고 있는 그의 처가를 방문하니 박 씨는 마침 집에 있지 아니하고 박 씨의 장인이 되는 박기봉(朴基鵬) 씨가 희색이 만면(滿面)하여 말하되, “박사가 되었다는 말은 저녁때에 들었습니다. 사람이 어려서부터 매우 영리하여 공부를 성심으로 하였고 의학교 연구실에 다닌 뒤로는 밤이 늦도록 돌아오지 아니할 때도 있었습니다. 본시 유복자(遺腹子·태어나기 전에 아버지를 여읜 자식)로 나중에는 모친까지 여의었으며 하나밖에 없는 형까지 죽어 실로 넓은 천지에 골육지친(骨肉之親·부모 형제 등 가까운 혈족)이라고는 한 사람도 없게 되어 고단한 몸을 나에게 부쳐 오던 터이라, 기쁜 일을 당하니 먼저 그런 생각부터 나오” 하더라.

그다음 날인 18일에 ‘의학박사로 결정된 박 씨의 기쁨’이란 제목으로 박창훈 씨의 소감이 실렸다.

새로이 의학박사가 된 박창훈 씨는 겸손한 학자의 말씨로 조용히 말하되, “이번 논문의 재료는 제가 의학전문을 졸업하며 즉시 연구를 시작하여 만 4년 동안 밤낮없이 연구해 겨우 완성을 한 것이올시다. 연구가 끝나기는 재작년이었는데 그간 선생들이 박사 논문을 제출하는 것이 좋다고 전후 3번이나 재촉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직 나이도 어리고 그렇게 조급히 굴 문제도 아니므로 그대로 두었다가 작년 여름에 교토제국대학에 제출하였더니, 의외에 속히 박사로 결정이 된 것이올시다. 앞으로는 더더욱 연구실에서 일생을 마칠 작정으로 인류의 행복을 돕기 위하여 연구를 계속할 작정이며, 모두가 은사(恩師)의 덕택이라”고 하더라.

한편 조선인으로 가장 먼저 제1호 의학박사가 된 사람은 1924년 일본 규슈(九州)제국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함경남도 장진(長津) 출신의 윤치형 씨이다. 그는 1918년 경성의학전문학교를 졸업하고 총독부 관비 유학생으로 규슈제국대학 제2 외과에서 근무하다가, 1922년 독일의 브레슬라우대에서 유학했다. 2년 뒤 규슈로 돌아와 외과의로 일하던 중 ‘건강 폐와 폐결핵에 미치는 기흉(氣胸)의 작용’으로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세기발전소 대표

※ 위 글은 당시 지면 내용을 오늘의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게 풀어서 옮기되, 일부 한자어와 문장의 옛 투를 살려서 100년 전 한국 교양인들과의 소통을 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