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조선의 임금과 하늘[이기봉의 풍수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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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에서도 임금을, 중국의 천자나 황제처럼 하늘의 명을 받아 국가를 다스릴 권한을 부여받은 유일한 존재로 여겼을까? 이 질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거릴 것 같다. 조선이 명나라와 청나라를 상국(上國)으로 철저하게 섬겼다는 사대(事大)의 역사적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답은 ‘예스’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역사 상식을 조금만 들춰봐도 쉽게 알 수 있다.

태조 이성계의 즉위 조서는 ‘임금이 이르노라. 하늘(天)이 만백성을 낳았고, 그들에게 임금을 세워주어 그들을 길러 서로 살게 하고, 그들을 다스려 서로 편안하게 해주도록 하였다’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하늘이 인간세계를 만들고 움직이는 근원적인 힘이며 하늘의 명을 받은 임금이 백성들을 다스려 편안히 살게 해줄 유일한 존재라는 천명사상(天命思想)이 잘 담겨 있다.

한글로 글을 지은 최초의 작품은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1447)다. ‘용비어천가’는 ‘용이 날아올라 하늘에 이르는 노래’, 내용의 첫 구절은 ‘우리나라(海東)의 여섯 용이 날아오르시자 (하시는 모든) 일마다 하늘의 뜻(天福)이시니∼’이다. 여섯 용은 태조 이성계와 고조할아버지 목조 이안사, 증조할아버지 익조 이행리, 할아버지 도조 이준, 아버지 환조 이자춘 그리고 아들 태종 이방원 등 6명이고, 이 여섯 용이 하늘의 뜻에 따라 조선을 건국했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임금의 얼굴을 용안(龍眼)으로 불렀고, 경복궁 근정전의 천장에도 용이 그려져 있다. 문헌 기록과 우리의 언어, 유적에는 조선의 임금이 하늘의 명을 받아 국가를 다스릴 권한을 부여받은 유일한 존재라는 표현과 상징이 차고 넘친다.

조선의 임금은 조선 스스로 세웠고, 상국 명나라와 청나라는 국제적으로 인정해줬을 뿐이다. 그럼에도 우리의 전통문화에 대한 잘못된 이해로 너무 쉽게 잊는 것이 있다. 조선의 궁궐과 정전도, 임금이 하늘의 명을 받아 국가를 다스릴 권한을 부여받은 유일한 존재라는 상징을 가득 담아낸 공간이다.

국립중앙도서관 학예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