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조와 사도의 뜨거운 ‘록 스피릿’… 객석에선 방방 뛰며 화답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쉐도우: 더 비기닝’은 실제 역사에 가상의 이야기를 결합한 ‘팩션(faction)’ 뮤지컬이다. 일반 뮤지컬과 달리 객석 내 의자를 없애고 콘서트처럼 꾸몄다. ㈜블루스테이지 제공

■ 록뮤지컬 ‘쉐도우 : 더 비기닝’

공연장 좌석 없애 새로운 실험
곤룡포 재킷 등 의상도 재해석

한국 공연계는 연일 새로운 시도중이다. 판소리 뮤지컬, 창극 등 장르의 결합은 물론 관객이 극에 참여할 수 있는 이머시브(관객 몰입형) 뮤지컬까지…. 그런 가운데 지난 22~23일 이틀간 스탠딩 형식의 뮤지컬 ‘쉐도우: 더 비기닝’ 쇼케이스가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조선왕조 500년의 단골 소재인 사도세자와 영조의 이야기에 상상력을 더해 록 뮤지컬로 풀어낸 2인극이다.

지난 22일 오후 6시 서울 종로구 대학로 에스에이홀(SA HALL)을 찾았다. 여느 뮤지컬 공연장과 달리 의자는 단 하나도 없었다. 콘서트처럼 무대만 있을 뿐이었다. 관객 한수진(28) 씨는 “처음엔 당황스러웠다”면서도 “록 음악으로 꾸민 만큼 같이 뛰어놀면 되지 않을까”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공연 약 20분 전 사도세자 역을 맡은 배우 조용휘가 프리쇼를 했다. 관객들이 넘버 ‘록스타’(Rock Star)를 따라 부를 수 있도록 가사를 알려주는 시간이었다. 줄거리는 이렇다. 아버지 영조(김찬호)에 의해 뒤주에 갇힌 사도세자는 도교 경전 ‘옥추경’ 종이를 찢어 과거로 이동하게 된다. 그곳에서 어린 영조를 마주하고는 그를 죽이고자 한다. 하지만 유약한 영조의 모습을 발견하고 혼란에 빠지고, 그의 고민을 함께 해결하면서 결국 아버지를 이해하게 된다.

의상은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한복이 아닌 자주색 롱코트, 붉은 재킷 등으로 곤룡포를 묘사했다. 신나는 넘버에 반응도 뜨거웠다. 영조의 사랑 이야기를 담아낸 ‘크러쉬’(Crush)를 부를 때, 두 배우가 음악에 맞춰 춤추고 객석과 눈맞춤을 하는 팬서비스도 눈에 띄었다. 이에 객석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시체 관극’(움직임 없이 숨죽여 관람하는 모습)이 당연한 문화가 된 대학로에서 보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커튼콜 때는 라이트 스틱을 손에 든 채 호응했다.

‘종일반’(주말 낮과 저녁 시간대 공연 모두 관람하는 것)을 자처한 안별희(31) 씨는 “넘버가 스탠딩 공연에 걸맞게 신나고 좋았다”며 “사도세자가 죽기까지의 시간을 판타지적으로 해석한 부분이 재밌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몇몇 관객은 “굳이 스탠딩 형식을 차용한 이유를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편 쇼케이스를 마무리한 ‘쉐도우’는 정식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김유진 기자 yujink021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