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희토류 증산 행정명령… 광산기업 “환영” vs 환경단체 “우려”[Global Window]

■ Global Window

경쟁국 中이 희토류 매장량 1위
정제·가공 장악해…공급망 위협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행정명령 ‘미국 광물 생산 증가를 위한 즉각적 조치’에 서명했다. 이 행정명령에 미국 내 광산 기업들은 찬사를 보내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거꾸로 가는 기후변화 대응 방식’에 환경단체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유독 희토류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문제를 협상하는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매장된 희토류에 눈독을 들였다. 현재 채굴 가능한 희토류가 150만t이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덴마크령 그린란드도 욕심을 내고 있다. 이는 패권 경쟁국인 중국이 세계 희토류 매장량 1위 국가인 데다 정제·가공 능력까지 장악하고 있어 미국의 공급망 안전에 큰 위협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미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미국은 전기차·스마트 등 첨단기술 산업의 필수 원료인 희토류 70% 이상을 중국에서 공급받고 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우라늄, 구리, 금, 석탄 등 주요 광물의 자국 내 생산을 늘리기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국가·경제 안보는 적대적 외국 세력의 광물 생산에 대한 의존으로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며 “국내 광물 생산을 최대한 촉진하는 것이 국가 안보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행정명령엔 정부가 광물을 채굴·가공·정제 확대를 위한 인허가를 신속하게 처리하고 광물 매장이 추정되는 국유지 이용·개발을 더욱 원활하게 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미국 국내 광산 기업은 이번 행정명령을 적극 환영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재러드 배런 메탈컴퍼니 CEO는 “우리는 큰 땅을 가지고 있고 국가 안보를 위해 핵심 희토류는 우리가 직접 채굴, 가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국내 희토류를 우선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전국광업협회 수장 리치 놀런은 “미국의 광업을 늘리는 것은 국가 안보에 필수적이며,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조치는 이를 인식한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에 전했다.

다만 희토류는 광물을 정제해서 원소를 추출하는 데 원소 함량이 1∼2%로 아주 낮아 추출·분리·정제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환경 오염이 발생한다. 21세기 들어 미국과 서방 국가들이 광산 운영을 자제해 온 것도 이 때문이다. 한 미국 환경단체 관계자는 “이번 행정명령은 미국 국민과 공공 토지를 산업 오염자에게 팔아넘기려는 또 다른 시도”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지연 기자 jjy0725@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