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위원장에게 사의 표명… 부총리가 만류했다”

‘상법개정안에 직 걸겠다’ 관련
“윤 대통령은 거부 안 했을 것”
내일 F4 회의엔 일단 참석예정

이복현(사진) 금융감독원장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상법 개정안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것과 관련, 직제상 상급기관 수장인 김병환 금융위원장에게 사의 표명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만류가 있었다고 이 원장은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상호관세 발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선고 등의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이 원장의 거취는 이후에나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 원장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상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와 관련해 “최근 금융위원장께 연락해서 제 입장을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이어 “금융위원장께 말씀드렸더니 경제부총리와 한국은행 총재께서도 연락을 주셔서 지금 시장 상황이 너무 어려운데 경거망동하면 안 된다고 자꾸 말리셨다”며 “저도 공직자고 뱉어놓은 말이 있다고 말했더니 내일 아침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F4 회의)’에서 보자고들 하셨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그동안 상법 개정안의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되돌아가선 안 된다는 입장을 피력하며 ‘직을 걸겠다’는 발언까지 내놓았는데, 전날 한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하자 사의를 표명했음을 시사한 것이다. 다만, 이 원장은 거취에 대한 고민을 조금 더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는 “마침 오늘 밤 미국 상호관세 발표 등이 있어서 내일 F4 회의는 제가 안 갈 수 없는 상황”이라며 “상호관세 이슈에 환율 등 문제가 있을지 봐야 하고 시장 관리 메시지라든가 대응 방안을 논의할 텐데 그때 저희끼리 조금 더 이야기를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일인) 4일 대통령이 오실지, 안 오실지 등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입장표명을 하더라도 가능하다면 대통령께 말씀드리는 게 제일 현명한 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원장은 한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로 좌초된 상법 개정안에 대한 아쉬움은 여전히 드러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계셨으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을 거라고 저는 확신한다”며 “기본적으로 우리는 보수 정부고 시장에서의 공정 경쟁은 보수의 핵심적 가치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재개된 공매도와 관련해서는 “공매도는 무조건 존재해야 한다”고 했으며 “롱으로 주식을 산 뒤 떨어질 때 브레이크를 거는 포트폴리오 관리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삼부토건 사태와 관련해선 이달 중 조사를 마무리 지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