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더미가 된 삶… 하루빨리 ‘행복한 일상’ 되찾길[도시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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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풍경

사진·글 = 윤성호 기자 cybercoc@munhwa.com

지겨우리만치 반복되던 일상이 행복이었음을.

붉게 물든 하늘, 사방으로 튀는 불씨, 온 마을을 뒤덮은 재와 연기. 익숙했던 골목길과 삶의 터전이 하루아침에 재앙이 되었다.

경북 안동시 고곡리. 산불이 민가로 번지는 데 단 5분. 초속 27m의 강풍이 불씨를 마을 곳곳으로 흩뿌렸다. 불길이 스치는 자리마다 삶이 지워졌다. 도로까지 집어삼킨 화염에 주민들은 논으로 몸을 피했지만, 남겨진 집과 재산이 발목을 잡았다. 연기를 맡고 재를 맞으며 발만 동동 구른 2시간. 차마 차도 챙기지 못한 채 맨몸으로 뛰쳐나온 한 주민의 모습이 이 재난의 참혹함을 보여준다.

지난달 22일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은 4만5157ha를 태웠다. 26명이 숨졌고, 주택과 농업 시설 5000여 채가 사라졌다. 현재 6개 시·군 34개 지역에서 통신 장애가 이어지며, 183개 건물은 전기가 끊겼다. 불길은 잡혔지만, 삶을 잃어버린 이재민들에게 재난은 끝나지 않았다.

■ 촬영노트

마을을 빠져나가려는 순간, 불길이 덮쳤다. 농로로 몸을 피했지만, 불씨가 사방으로 날아들어 앞이 보이지 않았다. 그 와중에 한 주민과 마주쳤다. 강풍이 퍼나르는 불씨와 재 속에서도 그의 시선은 타오르는 마을을 향해 있었다. 누군가의 삶이 잿더미가 된 현실. 이 사진이 그 기억을 붙잡아 두는 증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