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파면… 여야정 협력해 당면한 국가 위기 넘어야[사설]

헌법재판소가 4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을 인용(認容)함에 따라 즉시 대통령직에서 파면됐다. 2022년 5월 10일 취임한 윤 대통령은 5년 임기 중 3년도 채우지 못하고 퇴진한 것이다. 2017년 3월 10일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된 이후 8년 남짓 만에 현직 대통령이 물러난 오욕의 기록이 또 하나 추가됐다. 하야·피살·구속·자살·탄핵 등 역대 대통령의 참담한 역사가 어김없이 반복되고 있어 안타깝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 전쟁과 안보 위기 속에 대한민국은 2개월 동안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을 중심으로 여·야·정이 힘을 합쳐 당면한 국가 위기를 슬기롭게 넘어야 한다.

지난해 12월 3일 윤 대통령이 갑작스레 비상계엄을 선포한 데 이어 같은 달 14일 국회에서 여당 의원 일부가 참여한 가운데 204명의 찬성으로 탄핵소추안이 가결돼 헌재의 탄핵 심리가 시작됐다. 이때부터 111일, 2월 25일 헌재가 변론을 종결한 지 38일 만에 탄핵소추가 합당한 것으로 결론이 났다. 쟁점이 많고 윤 대통령이 직접 출석에 변론에 참여하면서 노무현(63일), 박근혜(91일) 전 대통령 경우보다 시간이 더 걸렸다. 탄핵소추는 비상계엄 선포 요건, 포고령 위헌·위법성, 국회 봉쇄 해산 시도, 정치인 체포 시도, 선관위 장악 시도 등 5개 사유로 이뤄졌다.

헌법상 비상계엄(제77조)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선포할 수 있지만, 윤 대통령은 ‘야당의 입법폭주와 부정선거’를 비상사태로 보고 합법적 발동이라고 했다. 심리과정에서 “경고성 계엄” “계몽령”이라는 주장도 펼쳤다. 그러나 헌재는 비상계엄을 선포하더라도 정부와 법원에 한해서만 조치를 취할 수 있는데도 국회와 중앙선관위에 계엄군을 투입한 것은 위헌·위법이라고 판단했다. 또, 국회와 정당의 활동을 금지한 포고령도 대통령직을 파면할 정도의 중대한 기본권 침해로 봤다.

12·3 비상계엄 이후 대한민국은 혼란과 불안 속에 요동쳤다. 무장한 군대가 국회와 중앙선관위에 투입됐고, 윤 대통령의 체포를 둘러싸고 대통령 관저에서 국가기관 간 공방전이 벌어졌다. 대통령 구속에 반발한 시위대가 서울서부지방법원에 난입하는가 하면 도심 광장에선 연일 탄핵 찬반으로 갈린 대규모 집회가 벌어졌다. 국제사회에서 한국 위상은 추락했고 리더십 부재의 정부는 대내외 위기 대처에 한계를 드러냈다. 헌법 규정에 따라 6월 3일쯤 대선이 치러져 새 정부가 탄생한다. 탄핵 찬반 갈등을 넘어 대한민국의 통합과 발전에 집중해야 할 엄중한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