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불끄는 헬기 3대뿐… 교대할 조종사도 태부족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달 29일 경북 안동시 남후면 고하리 일대에서 꺼졌던 산불이 다시 발화하자 헬기가 재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 최악산불에 대비하라 - (4) 진화 장비·인력 확보 시급

산림청, 야간운항기종 확대 추진
실전 투입까지는 3년 이상 걸려
헬기 1대당 조종사 1.4명 수준
공무직 특수진화대 처우개선을

최근 영남권에서 발생한 동시다발 산불 진화 과정에서 대한민국의 대형 산불 진화 인력 및 장비 등에서 한계가 고스란히 노출됐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야간 헬기 운용 제약, 재래식 장비, 고령의 진화 인력 등 여러 역부족인 상황이 연출되며 고성능 산불 대응 장비의 획기적·조기 확충과 기술 고도화가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이 쏟아지고 있다. 인적 자원 면에서도 산불 대응단을 상시적으로 고용해 정예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7일 산림청과 산불 전문가, 현장 진화대원들의 설명에 따르면 경북 의성과 경남 산청에서 발생한 산불 당시 불길이 빠르게 확산됐지만, 야간에는 바람 등으로 헬기 투입이 불가능했다. 주간에도 연무로 시야가 확보되지 않으면 헬기 운항에 제한이 있었던 것이다.

현재 산림청 보유 헬기는 52대다. 이 중 야간 계기 비행이 가능한 헬기는 3대(수리온)뿐이다. 하지만 이번 산불에서 ‘월광 30% 이상, 초속 10m 이하의 바람, 운고(구름 높이) 1500ft 이상, 시정 3마일 이상’이라는 까다로운 야간비행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투입되지 못했다. 산림청은 “운항 조건이 맞지 않았던 데다, 산악 지형과 송전선로 등 장애물로 인해 사전 주간 정찰이 이뤄지지 않으면 야간 비행이 사실상 불가능했다”고 해명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야간과 악천후에도 운용 가능한 장비 확보가 필요하다고 제안하고 있다. 산림청은 소형 헬기 11대를 야간 운용 가능 기종으로 교체하고, 대형 헬기(CH-47 계열) 도입도 추진 중이다. 다만 계약부터 실전 투입까지는 3년 이상이 소요된다. 수리온 1대당 330억 원의 예산도 필요한 상황이다. 북미에서 사용하고 있는 고정익 항공기나 드론 기반 진화기 등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이요한 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는 “1만ℓ 이상의 물을 대규모로 살포할 수 있는 고정익 항공기의 도입은 초동 진화와 야간 진화 모두에 효과적”이라며 “기후 위기 시대에 맞는 대응 전략을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정성철 국립산림과학원 연구관은 “드론을 활용한 고지대 투하 기술이 필요하다”며 “현재 드론 수와 약제 적재량이 제한적이지만, 편대 운용과 고성능 드론 확보로 보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헬기 조종사 수급도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산림청은 93명의 조종사를 보유 중이며 이번 산불에는 90명이 투입됐다. 야간 운항을 위해선 주간 정찰이 필요하고, 하루 평균 8시간 이상 비행으로 피로가 누적된다. 김재옥 산림청 산림항공본부 운항팀장은 “헬기 1대당 조종사가 평균 1.4명 수준이라 교대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야간 진화를 위해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상 진화 인력의 전문성 확보와 처우 개선도 과제로 지적된다. 산림청 산하 산불 진화조직은 공중진화대(104명)와 산불재난특수진화대(435명)로 나뉘는데 공중진화대는 공무원이고, 산불재난특수진화대는 정규직 비공무원인 공무직이다. 전문가들은 공중진화대와 동일한 고위험 업무를 수행하는 만큼 산불재난특수진화대의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 지방자치단체가 운영 중인 산불전문예방진화대(9604명)는 약 70%가 60세 이상으로, 소멸 위기인 농촌 지역에서 진화 인력 채용에 어려움이 있지만 강한 체력이 요구되는 고난도 진화 작업인 점을 감안해 연령대를 낮추는 체계 개선이 요구된다. 정 연구관은 “산불 진화는 지형, 풍향, 수종까지 고려해야 하는 고난도 업무”라며 “장기 고용과 지속적인 교육, 현장 경험 누적으로 전문성 있는 인력 양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승륜 기자 lsr231106@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