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복 세탁도 해줍니다”… 지역산단 인력 유치전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경기도의 한 산업단지 근로자 작업복 세탁 시설에서 직원들이 세탁 작업을 하고 있다. 경기도청 제공

■ 지자체마다 복지 혜택 증가

부산·안성 무료 출퇴근버스
세종 기숙사 임차비 30만원
안산·시흥·파주선 빨래 지원

열악한 정주여건 개선하고
청년 인력 증진 대책 마련

부산=이승륜·의정부=김준구 기자

“출퇴근도 힘들고, 주변에 살 곳도 마땅치 않으니 젊은 사람은 아예 오지도 않아요. 시가 추진하는 무료 통근버스라도 빨리 시행돼 산업단지 인력난 해소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부산 사하구 신평·장림산업단지 한 기업 관계자는 7일 이같이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곳은 수산물 가공, 염색, 금속표면처리 등 노동집약적 제조업이 중심인 산단이다. 불편한 대중교통과 열악한 정주 여건 탓에 청년층 유입이 거의 없고 외국인·중장년층 의존이 고착화돼 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 산단 청년 근로자에 대한 복지 혜택을 늘리며 지역 소멸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무료 통근버스, 작업복 세탁 지원, 기숙사 임차비 보조 등을 통해 이들이 지역에서 업무에만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모습이다. 일자리 미스매칭 해소와 장기 재직 유도, 지역 인구 유지까지 겨냥한 전략적 고용정책이다.

부산시는 동부산권 거주자가 서부산 산단으로 출퇴근할 수 있도록 ‘동서 통근버스’ 신설을 검토 중이다. 하루 1시간 이상 걸리던 출퇴근 시간 단축과 교통비 절감 효과가 기대되며, 6월 말 시범 운행을 목표로 수요조사 중이다. 새벽 시간대 운행도 고려한다. 경기 안성시는 다음 달 동항 산단에 무료 통근버스를 시범 운영할 예정이다. 이 산단은 자가용 출퇴근 비율이 90%에 달할 만큼 대중교통 접근성이 낮은데, 시는 성과가 나면 사업 확대를 검토한다. 전북 군산시는 이달부터 유료 통근버스를 무료로 전환하고 버스 위치 확인 단말기도 설치했다. 기존 월 5만 원 유료 때 이용률이 50∼60%에 그쳤기 때문이다. 세종시는 북부권 산단에서 운영 중인 수요응답형 ‘자바타’ 통근버스를 다음 달 2대로 늘리고, 직원 기숙사 임차비도 최대 월 30만 원 지원한다. 시 관계자는 “산단 근로자의 통근·주거 비용 경감으로 고용률 개선과 산업 인구 증대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경기도는 산단 복지 범위를 ‘세탁’으로 넓혔다. 안산·시흥·파주 산단에 ‘블루밍 세탁소’를 설치해 작업복을 1000∼2000원에 세탁하고, 수거부터 포장·배달까지 한다. 무인 세탁함도 운영 중이며, 오는 7월 화성시에 4번째 세탁소를 열 예정이다. 전북 완주군도 평균 2500원에 세탁·배송을 지원하는 공동세탁사업을 운영 중이다.

김기승 부산대 경제학부 교수는 “주로 산단이 외곽 지역에 있다 보니 일자리 미스매칭이 생긴다”며 “버스 한 대, 세탁 한 번 같은 조치들이 지역 정착을 늘리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