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홍역감염 아동 잇단 사망에… 보건장관 “백신접종 필요” 백기

감염자중 97%가 미접종자
‘백신 회의론’ 장관에 비판

미국에서 홍역 확산으로 아동이 사망하는 사례가 거듭 발생하면서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의 백신 회의론이 홍역 사태 악화를 불러왔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케네디 장관은 사망이 잇따르자 백신 접종 필요성을 인정하며 백기를 들었다.

6일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1월 1일부터 지난 3일까지 미국 22개 주에서 총 642건의 홍역 감염 사례가 확인됐으며, 텍사스주에서만 499건(77%)이 발병했다. 이어 3일 CDC는 집계한 홍역 사례 대부분(97%)이 홍역 백신을 맞지 않은 환자였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전체 홍역 감염 사례 285건 중 69%에 해당하는 198건이 집단 발병 사례였던 것과 비교해 대폭 늘어난 수치다.

10년 만에 처음 미국에서 홍역 감염 사망자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 2월 텍사스주 서부 지역에서 첫 번째 사망자가 발생한 뒤, 같은 지역에 사는 주민 중 세 번째 사망자가 나왔다고 AP통신 등 미 언론은 전했다. 세 번째 사망자 역시 첫 번째와 마찬가지로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학령기 아동이라고 병원 측은 밝혔다.

미국 언론은 집단 내 홍역 발병 환자 97%가 백신 미접종자라는 점을 들어 ‘백신 회의론’을 전파한 케네디 장관 책임론을 거론했다. 케네디 장관은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등 의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주장을 펴 논란을 일으켜왔다.

지난 3월 초순에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텍사스주 홍역 유행이 영양실조 때문이라며 대구 간유처럼 비타민A가 풍부한 식이 보조제를 섭취하는 임상시험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케네디 장관의 발언이 감염병 확산을 가속했다며 비판하고 있다. 미 정치매체 액시오스에 따르면 예방 접종을 받지 않은 어린이 홍역 환자들을 검사한 결과, 다수의 어린이가 비타민A 독성으로 인해 간에 문제가 발생한 경우가 종종 포착됐다. 홍역 환자들이 다녔던 병원 최고 의료책임자도 환자들이 홍역 바이러스 치료와 예방 목적으로 비타민A를 사용했다고 시인했다.

케네디 장관은 이날 오후 X에 “오늘 텍사스 케인즈 카운티의 홍역으로 사망한 어린이 가족을 위로하러 왔다”며 “홍역 확산을 예방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MMR(홍역·볼거리·풍진) 백신 접종”이라고 올렸다. 또 3월 초부터 자신이 CDC 팀을 배치해 텍사스 여러 지역에서 홍역 대응 역량을 강화하고, MMR 백신과 기타 의약품을 공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지연 기자 jjy0725@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