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러시아까지 가야 하나”… 파병 불만 제기한 北 장교들 정치범 수용소행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4일 특수작전부대 훈련기지를 방문하고 종합훈련을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5일 보도했다.조선중앙TV 캡처 뉴시스

북한 정찰총국 소속 군관(장교) 20여명이 러시아 파병에 불만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전격 체포돼 가족들과 함께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된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한 북한군 사상자가 5000명을 넘긴 가운데, 북한 당국이 파병에 따른 내부 동요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8일 평양시 고위급 대북 소식통은 샌드타임즈에 지난해 하반기 북한 정찰총국 20여명 군관들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파병 명령을 받았지만, 내부 지시가 모호하고 정식 명문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왜 국내가 아닌 러시아 현지에서 훈련을 하느냐’는 식의 의문을 표현했다가 군 보위부에 체포됐다"고 전했다. 북한군 내에서도 충성도가 높은 핵심 조직인 정찰총국 군관들이 대외 파병 문제에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우크라이나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10~11월쯤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에 1만1000여명의 병력을 파견했다. 이후 지난 1~2월 사이 약 3000명을 추가로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군 내부에선 병력의 러시아 이동이 ‘해외훈련’ ‘국제합동연습’ 등으로 모호하게 둔갑된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 당국은 체포한 군관들의 언행을 "당의 지시를 거역한 반당 행위"로 간주하고 평양 형제산구역 정찰총국 보위국 영창, 산하 사단 보위부 영창 등으로 분산 수감해 장기간 조사를 거쳤다. 이후 지난 3일 전원 가족과 함께 정치범 수용소로 이송했다. 이를 두고 북한에서 흔치 않은 가족 동반 정치범 지정 사례로 ‘연좌제’의 극단적인 적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해당 사건으로 북한군 내에서는 "표정 관리가 생명"이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장병들과 가족들 사이에선 "입을 여는 순간 가족까지 사라진다"는 공포심이 퍼지고 있으며, 미묘한 군사 지시가 내려져도 "아무 반응을 해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가 팽배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북한 당국은 이번 사건을 ‘전사적 자세 미흡’ 사례로 규정하며 "당의 명령에 군인은 ‘알았습니다’로만 답할 권리밖에 없다"는 취지의 정신교육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은 "정권은 이번 조치를 본보기로 삼아 전군에 침묵의 복종을 강요하고 있다"며 "러시아 파병이라는 민감한 사안을 일말의 불만 없이 수용하라는 경고"라고 설명했다.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러시아 파병을 둘러싼 북한 내부의 잡음이 서서히 드러나는 것으로 보인다"며 "파병군인들 가운데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사실까지 북한 내부로 알려지게 되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현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