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AI 경쟁력·소상공인 지원·통상 리스크 대응에 추경 배정”

10조원 ‘필수추경’ 내주 제출
산불 등 시급 분야에만 집중

저출생 고령화에 따른 의무지출 증가와 수년간 발생한 대규모 세수 결손으로 재정 건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만큼 정부는 산불 피해 복구 등 현시점에서 반드시 재정을 투입해야 하는 부문에 대해서만 10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편성하기로 했다. 미국발 통상 리스크와 내수 침체에 대응해 경제 활력을 높이고 인공지능(AI) 경쟁력 강화 등 차세대 먹거리를 위한 성장 동력에 불을 지피겠다는 방침이지만 조기 대선으로 어수선한 국면에서 정부의 추경안이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8일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10조 원 규모의 ‘필수 추경’을 매듭짓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건전 재정 기조하에 재정 투입이 절실한 분야에 대해서만 예산을 편성하겠다는 의미로 ‘필수 추경’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동안 정부는 △통상 및 AI 경쟁력 강화 △민생 지원 △재난·재해 대응 등을 중심으로, 필수 추경을 추진하겠다고 밝혀왔다.

정부는 통상대응 및 AI 경쟁력 강화에 3조∼4조 원, 서민·소상공인 지원에 3조∼4조 원이 투입되는 필수 추경의 세부 내역을 다음 주 초에 공개하기로 했다. 특히 정부는 재정을 투입해 올해 중으로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1만 개 이상을 추가로 확보하고 AI 분야 석학급 인재 등 최고급 인재 확보를 적극 뒷받침하겠다는 방침이다. 영세 소상공인의 경영 부담 완화를 위해 저금리 정책자금을 확대하고, 서민·취약계층의 소비 여력 확충을 위한 사업도 최대한 발굴하기로 했다.

다만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정치권이 조기 대선에 돌입하면서 정부의 추경안이 국회에서 신속히 처리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추경을 통한 재정 투입에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규모를 놓고는 여야가 평행선을 그려왔기 때문이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지역화폐 예산이 담긴 ‘35조 원 슈퍼 추경’을 제시한 탓에 국회 논의 과정에서 험로가 예상되고 있다. 조기 대선 레이스가 격화할 경우 포퓰리즘 사업들이 추가돼 추경안의 몸집이 불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간담회를 주재한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산불 피해 지원이 시급하고 전례 없는 관세 충격으로 우리 산업과 기업의 심각한 피해가 눈앞에 다가온 상황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면서 “우리 산업과 기업을 살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국회의 조속한 논의와 처리를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전세원 기자 js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