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구조 개편 빼고 유리한 것만… 이재명의 ‘선택적 개헌’

5·18, 계엄요건 강화만 언급
尹 내란 이슈 부각에 더 중점
집권후 개헌논의 주도 포석

개헌의 핵심 쟁점인 권력구조 개편을 대통령 선거 이후로 미루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주장을 두고 자신에게 유리한 개헌만 하겠다는 ‘선택적 개헌론’이라는 지적이 정치권에서 나온다. ‘내란 척결’을 앞세워 정권 심판론을 부각해 집권한 후 개헌 주도권을 잡겠다는 전략 아니겠냐는 해석이다. 비명(비이재명)계 등 다른 대선 주자들은 대선과 함께 개헌 국민투표를 하자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어서 ‘개헌 블랙홀’에 빠지지 않겠다는 이 대표의 뜻대로 정국이 흘러갈지는 불투명하다.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은 8일 오전 MBC라디오에서 전날(7일) 이 대표가 ‘선택적 개헌론’을 꺼낸 배경에 대해 “(대선 동시 개헌 국민투표가)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나”라며 “권력 구조 문제를 짧은 기간 동안 정리해내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전날 “개헌은 필요하지만 지금은 내란 종식이 우선”이라며 “5·18 정신, 계엄 요건 강화 정도는 국민투표법이 개정이 돼서 현실적으로 개헌이 가능하다면 곧바로 처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4년 연임제’ 등 핵심 쟁점에 대해 ‘선(先) 대선, 후(後) 개헌’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김 최고위원은 대선 후 개헌 시점에 대해 “지방선거 때가 적정하다는 분도 있고 총선 때가 적정하다는 분들도 있다”며 “그 두 개가 가장 유력한 선택지가 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가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한 ‘4년 연임제’ 등의 개헌을 후순위에 둔 단계적 개헌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이 대표의 대선 입지가 공고해진 상황에서 굳이 개헌 논의로 판을 흔들고 싶지 않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내란 청산’ 이슈를 끌어가는 게 더 유리한 상황 속에서 이 대표가 굳이 개헌 국면으로의 전환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집권 후 개헌 논의를 주도할 수 있다는 점도 이러한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현재의 개헌 동력을 이어받아 대선 후 핵심 쟁점을 다룬 개헌에 성공하면 87 체제를 넘어선 대통령이라는 평가도 받을 수 있다. 반면 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동연 경기지사 등 비명계 대선주자들은 “대선 때 개헌도 하자”는 우원식 국회의장발(發) 개헌론에 힘을 실으며 이 대표의 선택적 개헌론에 선을 긋고 있다.

민정혜 기자 leaf@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