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도권 잡기 나선 민주… 정부에 ‘정책협의’ 제안

■ 정치권, 추경규모 확대 주문

민주 “정부 10조원으론 부족”
국힘과 원내대표회동은 거부
정부에 직접 추경 등 협의 제안

국힘도 “추경규모 재검토해야
내수진작 위해 특단조치 필요”

더불어민주당은 8일 정부에 정당정책협의회를 열자고 제안했다. 미국의 상호관세 발표 여파 등으로 한국 경제에 적신호가 곳곳에서 켜지자 추가경정예산(추경)안 논의를 진행하자는 것으로 국민의힘도 추경 논의 필요성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다만 민주당이 이날 우원식 국회의장이 주재하는 여야 원내대표 회동은 거부해 추경 논의에 진정성이 있는지 의문도 제기된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가 내놓은 10조 원짜리 ‘찔끔’ 추경으로는 최소한의 대응도 불가능하다”며 “소비 진작 패키지를 포함해 과감한 재정 지출을 담은 추경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진 정책위의장은 정부에 추경 등을 논의하기 위한 정당정책협의회를 열자고 제안했다. 국무총리 훈령에 따르면 여당이 없는 경우 행정부와 각 정당 사이에 정책협의 및 조정을 위해 정당정책협의회를 둔다. 협의회는 국무총리가 개최하고 각 정당의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등이 참석한다.

하지만 이날 예정됐던 양당 원내대표 회동이 민주당의 불참 통보로 무산됐다. 우 의장이 대선과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하자고 제안한 것에 거부감을 드러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박형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의 부친상을 고려해 일정을 늦췄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국회 통상대책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국회와 정부가 합동으로 대미 외교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도 제안했다. 진 정책위의장은 “미국을 설득할 통상 외교 전략을 숙의하고 국회와 정부가 전방위적으로 나서는 방안을 논의하자”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우리나라는 사실상 대미 관세가 없다는 점을 미국 정부가 분명하게 인식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4월 내에 추경 통과를 최우선 과제로 삼으며 정부가 내놓은 기존 10조 원 규모의 추경 재검토를 요구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특단의 조치가 시급하다”며 “기존 추경 계획을 재검토해서 수출 기업에 대한 지원을 대폭 확대하고 경기 침체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내수 진작 예산을 과감히 늘리기를 바란다”고 정부에 주문했다. 미국 상호관세 발효에 대해서는 “외환시장의 불확실성은 커지고 수입 물가 상승으로 가계 살림은 더 팍팍해질 전망”이라며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 경제가 벼랑 끝에 몰렸다는 뜻”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국민의 안전을 위한 예산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고 했다.

권 원내대표는 민주당을 향해 “지난해 말 예산을 일방적으로 삭감했을 때부터 ‘입벌추’, 입만 열면 추경을 말하던 이재명과 민주당은 이제 그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며 “일차적으로 여야 간에 이견이 없는 추경부터 통과시키고 정쟁 이슈가 있는 내용은 추후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고 했다.

민정혜 기자 leaf@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