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에 유가 급락… 러, 전쟁비용 충당전략 ‘비상’

브렌트유 4거래일간 15% 하락
主수입원 감소… 러경제도 타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임시 휴전에 합의하고도 협상을 미루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세를 계속하던 러시아가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조치에 비상이 걸렸다. 상호관세로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 비용을 석유 수출로 충당해오던 전략에 차질이 불가피해진 때문이다.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석유 수출국인 러시아가 석유 업황 악화로 전쟁은 물론 경제에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유가는 정부 예산 조달의 핵심이기 때문에 현재 상황을 매우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현 상황은 극도로 불안정하고 긴장돼 있으며 감정적으로도 과열돼 있다”며 “우리는 국제 경제 폭풍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필요한 모든 조처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국제유가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선물은 전장 대비 1.61달러(2.5%) 하락한 배럴당 63.97달러(약 9만4000원)를 기록했다. 브렌트유는 4거래일 동안 15% 급락했다. 러시아산 우랄 원유 가격도 배럴당 약 53달러로 떨어졌는데, 올해 러시아의 예산 편성 기준이 된 69.7달러를 밑도는 것이다. 유가 하락은 트럼프발 관세전쟁으로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진 때문이다.

국제유가 급락은 석유 수출 의존도가 높은 러시아의 정부 수입에 악영향을 미쳐 우크라이나 공세에 제동을 걸 것으로 전망된다. 석유와 천연가스는 러시아 연방 예산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러시아 정부의 중요한 수입원이다. 러시아 정부는 올해 국방예산을 지난해보다 25% 증액한 13조5000억 루블(약 191조 원)로 편성했는데, 이는 총지출의 약 40%에 달한다. 로이터통신은 “소련·아프가니스탄 전쟁 이후 러시아가 가장 큰 비용을 치르고 있는 전쟁이 우크라이나 전쟁”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러시아는 국제 유가 충격에도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 협상 진행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여전히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을 지지하지만, 러시아는 트럼프 행정부가 제안한 휴전 관련 질문에 대해서 아직 답변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질문들은 여전히 공중에 떠 있고, 아무도 이에 대해 답을 주지 않았다”면서 협상이 진전되지 않는 주된 원인은 “우크라이나 정권의 통제 불능 상태” 탓이라며 협상 지연의 책임을 돌렸다.

이현욱 기자 dlgus300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