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전력·수도·통신량 분석해 ‘고독사 위기가구’ 살린다

■ 한전 ‘AI 고독사 예방 서비스’

일상생활 필수데이터 변화 추적
위험감지땐 공무원에 문자 발송
10여 명 소중한 생명 구조 성공

지난해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초과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고령층 1인 가구도 늘어나면서 ‘고독사’가 사회적 주요 문제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전력공사가 인공지능(AI) 기술과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첨단 서비스로 고령자 취약계층의 고독사를 예방하며 10여 명의 생명을 살린 것으로 드러나 눈길을 끈다.

한전은 AI 기술 및 빅데이터 분석을 융합한 ‘AI 고독사 예방 서비스’를 통해 이날까지 12명의 생명을 성공적으로 구조했다고 8일 밝혔다. 한전의 AI 고독사 예방 서비스는 한전의 전력 분야를 비롯해 통신(SK텔레콤·KT), 수도(한국수자원공사) 등 인간 생존에 필수적인 일상생활 데이터 추이를 AI로 정밀하게 분석해 이상 징후를 감지하고 이를 지방자치단체 사회복지공무원에게 문자메시지로 위험 상황을 알리는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전국 226개 기초지자체 중 37%에 해당하는 84개 지자체와의 협력을 통해 약 1만 명의 돌봄 대상자에게 제공되고 있다.

AI 고독사 예방 서비스의 가장 큰 특징은 별도의 사물인터넷(IoT) 센서나 CCTV와 같은 추가 장비 설치 없이 기존 생활 인프라를 활용함으로써 대상자의 심리적 거부감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고독사 예방 시스템을 작동시킨다는 것이다. 한전은 이를 위해 연간 3300억 건에 달하는 지능형 검침 인프라(AMI) 데이터를 활용해 사회 안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왔다. 서비스 개발을 위해 전담 조직을 구성하고 자체 보유한 AI 기술력을 바탕으로 1인 가구의 생활 패턴을 분석해 ‘고독사 예방 서비스 알고리즘’을 고안해 내기도 했다. 여기에 통신 및 수도 사업자의 참여를 이끌어내 데이터 융합·분석으로 서비스 정확도를 높였다.

실제로 서비스 개시 이후 울산 남구에서 전력 및 통신 사용량 급감 이상 신호가 감지돼 관계자들이 현장을 긴급 방문, 의식불명 상태에 있는 58세 남성을 구해냈다. 이 남성은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돼 생명을 겨우 구할 수 있었다. 또 전북 남원에서는 90세 치매 환자의 생활 반응 데이터 이상 징후가 포착돼 현장 출동이 이뤄졌고 2차선 도로 한가운데를 홀로 걷고 있던 환자가 안전하게 구조되기도 했다.

서비스 수혜자에 대한 직접적 효과뿐 아니라 이 서비스는 사회복지 공무원의 업무 효율성 향상 등에도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담당 공무원들의 전화 안부 확인 및 방문 업무를 약 86% 감축시켜 업무 부담을 줄였으며 기존의 IoT 센서나 기기 설치 방식 대비 약 6900억 원의 비용 절감 효과까지 창출한 것이다.

한전 관계자는 “1인 가구 증가 추세에 따라 AI 고독사 예방 서비스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한전은 이에 발맞춰 올해 상반기 중 LG유플러스와의 협력을 추진하고 있으며 앞으로 사회보장정보원, 네이버 등 다양한 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서비스 기능을 더욱 고도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