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수출 통계’ 다시 공개… 방산업계 “교민 보복 당할까 우려”

정부가 비공개로 전환했던 무기 수출입 통계를 최근 재공개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원은 앞서 관세청이 ‘국방에 중대한 해를 입힐 수 있다’는 이유로 무기 수출입 통계를 비공개로 전환한 것에 대해 위법 판결을 내렸는데, 정부 측이 고심 끝에 항고하지 않고 통계를 다시 공개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하지만 관련 통계가 공개되면서 교민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고, 정보의 민감성 등을 고려하면 간신히 수출 주력으로 떠오르는 방위산업 전반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방산업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8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한국무역협회는 비공개로 전환했던 무기 수출입 통계를 지난 4일 재공개했다. 관세청은 2023년까지 무역협회를 통해 무기 수출입 통계를 공개해 왔는데, 최근 국내 방위산업이 높은 성장률을 보이자 전략적으로 통계를 비공개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하지만 법원이 제동을 걸면서 다시 공개하게 됐다. 앞서 시민단체 소속 A 씨는 ‘2023년 한국의 국가별 무기 수출입 실적’에 대한 정보 공개를 청구했으나 거절당하자 법원에 관세청의 정보 비공개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소송에서 법원은 A 씨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재판장 양상윤)는 “(이 사건 정보를) 공개하는 것만으로는 한국의 국방력 현황 및 변동 사항에 관한 세부적인 내역을 알 수 있다거나 국가안보나 군사활동의 내용, 과정 및 방향 등을 파악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니다”고 판시했다.

방산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높은 중동 지역의 경우 세부적인 통계가 공개되면 교민들이 보복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산업 측면에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방위산업의 경우 수출 시 상대국에서 정보가 유출되는 것을 꺼려 비밀리에 진행되는데 우리 수출입 통계를 보면 국가별로 얼마나 수출하고 있는지 세세하게 표시돼 있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고 하지만 업계 관련자나 전문가들이 보면 어떤 무기가 어디로 수출되고 있는지 알 수 있어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장병철 기자 jjangbe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