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하지만 새롭게… 업그레이드된 ‘명작’이 돌아왔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판소리 뮤지컬 ‘적벽’. 국립정동극장 제공

■ ‘레퍼토리 공연’ 올리는 극장들

국립정동극장 ‘적벽’
판소리·현대무용 결합한 뮤지컬
거듭할수록 배우 노련미 돋보여

명동예술극장 ‘록산느를…’
청소년극으로 올해 10주년 맞아
학생 17명 제작에 참여해 차별화

해오름극장 ‘정오의 음악회’
17년째 이어온 대표 ‘상설공연’
뮤지컬배우 정영주 협연자 참여

‘레퍼토리 공연’은 극단과 극장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관객이 극장을 찾게 하는 힘이다. 국립정동극장, 국립극단, 국립극장 등 국내 대표 극장·극단이 4월 각각 레퍼토리 작품을 무대에 올린다. 여러 해 동안 수많은 공연을 통해 ‘최적’의 상태를 위한 수정·보완이 이뤄졌으며, 뮤지컬·연극·국악까지 장르도 다양해 골라보는 재미를 더한다.

◇판소리의 현대적 재해석, ‘적벽’

국립정동극장에서는 판소리 뮤지컬 ‘적벽’이 순항 중이다. 6번째 공연으로 이제는 명실상부 극장의 대표작으로 자리 잡았다.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연의’를 바탕으로 조선에서 불렸던 판소리 ‘적벽가’를 토대로 한다. 가장 먼저 현대무용과 판소리 합창이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흰색과 붉은색 바탕에 끈으로 격자무늬를 표현한 감각적인 의상과 화려한 메이크업 등 미장센이 돋보인다.

모든 것이 가장 크게 협응하는 장면은 공연의 하이라이트인 적벽대전. 붉은 조명 아래 조조와 유비의 군대가 각각 적색과 백색의 부채를 들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감탄을 자아낸다. 조조와 그의 부하들이 허둥지둥 도망가는 모습에서는 풍자적 면모가 잘 드러나고, 조조를 맡은 배우의 맛깔스러운 애드리브는 덤이다. 공명을 여배우가 맡고 조조, 유비 역에 남녀를 더블 캐스팅하는 등 ‘젠더프리’ 캐스팅도 이질감 없이 극에 잘 녹아든다.

판소리 특유의 한문체와 예스러운 표현이 어색할 수도 있으나 자막이 이해를 돕는다. 또, 삼국지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충분히 극의 흐름을 따라갈 수 있다. 정호붕 연출은 “음악을 대폭 정리했고, 진영에 따른 색의 확실함 등 의상의 콘셉트와 기능에도 변화를 줬다”며 “해를 거듭할수록 배우들의 이해가 높아지고, 창조하는 인물의 이면도 깊어졌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오는 4월 20일까지.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연극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 국립극단 제공

◇청소년을 위한 낭만 활극,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

국립극단은 명동예술극장에서 오는 10일부터 27일까지 연극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를 올린다. 올해 10주년을 맞이했는데, 청소년극으로선 드문 사례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희곡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를 원작으로 하는 작품으로 뮤지컬, 영화로도 제작된 바 있다. 원작은 ‘시라노’의 지고지순한 사랑 이야기를 그린 반면 연극은 시라노가 아닌 그가 사랑했던 여인 ‘록산느’를 주체적인 인물로 재해석했다. 록산느의 적극적인 사랑과 그 사랑이 전쟁의 비극 속에서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그렸다. 서충식 연출은 “대상화되던 록산느가 ‘가장 늦게 자기 자신을 사랑하게 되는 인물’로 재해석되는 순간 청소년기 자기 발견의 이야기로 확장된다”는 점을 작품의 매력으로 꼽았다. 청소년극에 걸맞게 ‘청소년 17인’을 선발해 극 제작 과정 일부에 직접 참여하도록 해 여타 작품과 차별화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국립국악관현악단 ‘정오의 음악회’. 국립극장 제공

◇쉽게 들을 수 있는 국악관현악, ‘정오의 음악회’

국립극장은 10일 해오름극장에서 국악 브런치 콘서트 ‘정오의 음악회’를 선보인다. 2009년 시작한 ‘정오의 음악회’는 17년째 이어오고 있는 국립극장 대표 상설 공연으로 국악관현악이 낯선 이들도 친절한 해설과 함께 감상할 수 있다. 공연을 여는 ‘정오의 시작’에서는 김백찬 작곡의 ‘얼씨구야’를 연주한다. 2009년부터 2023년까지 서울 지하철 환승역 안내방송의 음악으로 사용돼 익숙한 음악이기도 하다. 대중가요·판소리·뮤지컬 등 여러 분야 스타와 함께하는 ‘정오의 스타’ 협연자는 30년 차 뮤지컬 배우 정영주다. 이번 공연에서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싱크 오브 미’(Think Of Me),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지금 이 순간’ 등을 국악관현악과 함께 선사한다.

김유진 기자 yujink021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