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TSMC 콕찍어 “100% 관세”… 반도체 보조금 재협상도 재차 시사

삼성·SK하이닉스도 ‘비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대만 반도체 제조업체인 TSMC를 겨냥해 최대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놓으면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때 미국에 투자한 반도체 기업에 지급하기로 약속한 보조금 재협상 가능성을 재차 언급한 점도 업계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에서 열린 전국 공화당 의회 위원회 만찬 행사에서 “TSMC가 미국에 생산라인을 건설하지 않으면 최대 100% 관세를 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가 TSMC의 미국 애리조나주 생산라인 건설에 66억 달러(약 9조7800억 원)의 보조금을 제공한 점을 언급하며 “반도체 회사들은 그런 돈이 필요 없다”며 “바이든 행정부는 잘못된 방식으로 세금을 썼다”고 주장했다.

웨이저자(魏哲家) TSMC CEO는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한 뒤 향후 4년간 미국 반도체 공장에 1000억 달러(148조 원)를 추가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또다시 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 대미 투자 압박이 더욱 거세지는 분위기다. 지난 2020년 애리조나주에 120억 달러(17조8000억 원) 투자로 시작된 TSMC의 대미 투자 규모는 1650억 달러(245조 원)에 달한다.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삼성전자(텍사스주 공장)와 SK하이닉스(인디애나주 공장)는 아직 약속된 보조금을 다 받지 못한 상태다. 바이든 행정부 때 결정된 삼성전자의 보조금은 47억4500만 달러(7조285억 원), SK하이닉스는 4억5800만 달러(6783억 원)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조치가 오히려 글로벌 기업들의 대미 투자 계획을 위태롭게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테레사 포트 미국 다트머스대 부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에 따른 피해가 기업들이 앞서 발표한 대미 투자 규모인 1조9000억 달러(2800조 원)를 뛰어넘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 무역 시스템에 불확실성을 가져옴에 따라 이제 누구도 장기 투자를 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이는 분명 미국을 투자하기에 덜 매력적인 곳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호준 기자 kazzy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