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4년만에 최저… WTI 배럴당 60달러 붕괴

관세전쟁발 경기침체 우려탓
“내년 51달러로 하락” 전망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 전쟁 여파로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유가가 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국제유가가 곤두박질치면서 국내 정유사의 실적에도 비상등이 켜진 모습이다.

정유 업계에 따르면 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는 59.58달러로 전장 대비 1.12달러(-1.85%) 하락했다. WTI 선물 가격이 배럴당 60달러 선 밑으로 떨어진 것은 코로나19 시기인 2021년 4월 이후 4년 만이다. 이날 ICE 선물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 역시 배럴당 62.82달러를 기록, 전장보다 1.39달러(-2.16%) 하락했다.

국제유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각국에 대한 상호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한 이후 경기 침체 우려가 부상하면서 4거래일 연속 급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부정적인 전망도 잇따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브렌트유와 WTI 가격이 올해 연말 각각 배럴당 62달러와 58달러까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2026년 말에는 각각 배럴당 55달러와 51달러로 내려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내 휘발유값도 하락세로 전환된 상황이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휘발유(보통) 평균 판매 가격은 10주 연속 하락하며 이날 1659.10원을 기록했다.

국내 정유 업계의 긴장감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실적과 직결되는 정제마진이 3월 이후 관세 전쟁과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위축 우려로 지속적인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정제마진은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료인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의 비용을 뺀 나머지 금액이다. 재고평가손실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유사들이 원유를 사서 정제해 판매하는 데까지 2∼3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유가가 단기간 급락하면 비싸게 산 원유의 가치가 떨어져 손실을 보게 된다.

장병철 기자 jjangbe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