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난방 국힘, 공정·통합 효과 내려면 경선 단계 늘려야[사설]

국민의힘의 대선 후보 경선에 15명 안팎의 인사가 출마를 선언했거나 의사를 밝히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파면으로 실시되는 보궐선거 성격의 조기 대선임을 고려하면, 너도나도 차기 대통령감이라며 나서는 모양새는 그리 바람직해 보이진 않는다. 특히, 임기를 1년 남짓 남겨둔 광역지방자치단체장들이 우르르 출마 움직임을 보여 더욱 그렇다. 그러나 정치는 현실이다. 그들의 경륜과 비전을 굳이 격하할 이유도 없다. 더불어민주당처럼 1명의 절대 강자가 소수의 들러리 후보들과 요식적 경선을 치르는 것이 좋은 일도 아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공정하게, 비전과 정책 중심으로, 대통합을 이루는 방향으로 경선이 진행되도록 하는 일이다. 계엄에 대한 국민의 싸늘한 시선을 고려하면, 윤석열 전 대통령 문제가 경선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는 일도 중요하다. 9일 오전 기준 안철수 의원과 김문수 전 장관, 이철우 경북지사, 유정복 인천시장 등이 출마를 선언했고, 10일에는 한동훈 전 대표, 14일은 홍준표 대구시장이 출마를 선언할 예정이다. 오세훈 서울시장, 유승민 전 의원, 나경원·김기현·윤상현 의원, 원희룡 전 장관,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이정현 전 대표, 이장우 대전시장, 김태흠 충남지사도 곧 출마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 일각에서 한덕수 권한대행에 출마를 권유하는 움직임도 있다.

1997년 신한국당 시절 ‘9룡 시대’보다 더 중구난방 양상이 예상된다. 선출된 1명에게 모두 등을 돌리는 대분열로 이어질 수도 있다. 반대로, 흥행과 지지기반 확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공정한 경선 룰을 만들어 승복과 통합의 길을 여는 게 중요하다. 2022년 대선 경선처럼 2단계 경선(1차 8명, 2차 4명)이 아니라 단계를 늘릴수록 장점이 커질 것이다. 시간이 촉박하지만, 최소한 8강전과 4강전, 두 후보가 경쟁하는 결선 투표의 3단계는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