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104% 놓고 미·중 대격돌, 더 커진 ‘유탄 리스크’[사설]

9일 오후 1시(한국 시간)부터 한국 상품에 대해 미국의 25% 관세가 공식 발효됐다. 중국에 대해서는 도합 104%의 보복 관세가 부과되게 됐다. 사실상 수입 금지나 다름없는 극약처방에 중국도 ‘6가지 묘수’를 거론하며 강경한 입장이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끝까지 맞서겠다”고 밝혔다. 그 여파로 8일 미 나스닥은 4% 넘게 오르다 순식간에 -2.15%로 급락했다. 큰 타격이 예상되는 애플은 주가가 4거래일 동안 23% 곤두박질해 시가총액 1위에서 밀려났다. 이러다 보니 미국 내부 반발도 만만치 않다.

한국은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격이다. 교역 대상국 1위·2위 간 관세 전쟁으로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한국의 집중적인 피해를 우려한 외국인들이 4월 들어 서울증시에서 8조6000억 원을 빼내 9일 오전 원·달러 환율이 1487원까지 치솟으며 1500원 선을 위협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6년 만에 최고치다. 중국이 관세 충격을 줄이기 위해 위안화 약세를 유도하고 있는 것도 환율에 부담이다. 5년 만기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마저 45.665로 올라 국가신용등급에 빨간불이 켜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카드는 더 이상 엄포나 협상용이 아니다. 104% 보복 관세를 둘러싼 미·중 대격돌은 글로벌 재앙을 부르는 현실이 되고 있다. 샌드위치 신세인 우리로선 금융시장 패닉부터 막고 ‘유탄 리스크’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삼각파도를 맞아 비상한 각오로 위기관리에 나서야 한다. 미·중 충돌이 정상 간의 자존심 대결로도 치닫는 만큼 예상보다 장기화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