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계 “피의자 죽음으로 ‘성범죄 실체’ 묻혀… 수사종결 관행 철폐”

장제원사건 ‘공소권 없음’ 처분에
“2차 가해 방지 위해 수사 지속을”

장제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31일 성폭행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도중 스스로 생을 마감하면서 수사 중 ‘도피성 죽음’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피의자가 사망하면 수사를 마무리하는 관행을 철폐하고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10일 시민사회에 따르면 경찰이 장 전 의원 사건을 종결 처리하지 않고 수사 결과를 발표해야 한다는 주장이 여성계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앞서 경찰은 전 비서 A 씨를 성폭행한 혐의(준강간치상)로 수사를 받다 숨진 장 전 의원 사건에 대해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찰수사규칙 제108조에 따르면 피의자가 사망한 경우 경찰은 수사를 마무리하고 ‘공소권 없음’으로 불송치 결정을 내리게 돼 있다. 그러나 피해자 A 씨의 고소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와 주요 여성단체들은 “피의자 사망으로 사건의 실체가 묻혀서는 안 된다”며 수사 결과 발표를 촉구하고 나섰다. 2020년에도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뒤 극단적 선택을 하고, 유족과 피해자 간 진실 공방이 벌어졌다.

전문가들은 권력형 성범죄의 경우 사망의 원인이 피해자에게 돌아가면서 2차 피해를 오롯이 떠안게 되기 때문에 실체적 진실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윤김지영 창원대 철학과 교수는 “피의자 사망 시에도 수사를 계속할 수 있게 하는 ‘장제원 법’이 발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지운·이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