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투자기관서 통합 운용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속도

고용부, 최근 추진 자문단 출범

정부가 퇴직연금의 고질적 문제였던 낮은 수익률을 개선하기 위해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 도입 방안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퇴직연금 시장은 대부분 근로자 개인이 금융기관과 직접 계약을 맺고 투자 상품을 선택하는 ‘계약형’ 방식인데, 주로 원리금 보장형으로 안정성은 높지만 수익률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컸다.

10일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정부가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 도입 추진 자문단을 공식 출범시킨 데 이어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 도입 방안을 추진 중이다. 최근 국민연금 개혁 등으로 노후 생활 보장에 대한 관심이 커진 가운데 퇴직연금 제도를 개선·보완하겠다는 의도다.

정부가 퇴직연금 제도를 개선하려는 이유는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익구조 때문이다. 2005년 12월 도입돼 시행 20년을 맞은 퇴직연금의 10년간 연 환산 수익률은 2023년 말 기준으로 2.07%에 불과해 국민연금 기금 누적 수익률(연평균 6.82%)보다 낮다. 반면 호주와 미국 등 보편화된 기금형 제도를 운영하는 국가에서는 전문성을 갖춘 수탁기관이 가입자 이익을 우선으로 해 관리하고 책임을 지는 구조다. 정부도 전문적인 투자 역량을 갖춘 독립적인 기관이 근로자의 퇴직금을 모아 기금 형태로 통합 운용하고, 그 수익을 가입자에게 배분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가 올해 퇴직연금 제도 개선에 속도를 내는 배경엔 지난 2022년 9월부터 30인 이하 중소기업 근로자를 대상으로 기금형으로 운영되고 있는 ‘중소기업 퇴직연금기금’(푸른씨앗)의 높은 수익률(연간 6.52%)도 작용했다. 다만 노후 보장 금액을 맡기는 만큼 제도 도입을 위해선 기금 수탁기관의 전문성과 책임성, 투명성이 담보돼야 한다는 게 과제다. 정부는 오는 6월까지 자문단 의견을 모으고 하반기에는 퇴직연금 사업자와 노사 등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이를 바탕으로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