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상법개정안 재의결 지연 안돼”

“기업 형사처벌 부담 완화도
같이 논의해서 법 개정해야”

이복현(사진) 금융감독원장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상법 개정안에 대해 국회의 재의결 지연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기업의 형사처벌 부담 완화와 병행 논의를 통해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점도 설명했다.

이 원장은 1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23개 자산운용사의 CEO들과 가진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거부권이 행사돼 국회로 돌아온) 상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표결조차 되지 않는 건 헌법 제53조의 취지에 반하는 것”이라며 “더불어민주당이 헌법재판관 임명 지연에 대해 위헌이라 비판하면서 정작 헌법에 명시된 재의 절차를 미루는 것은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시장 상황을 ‘두 개의 기울어진 운동장’에 비유하며 “하나는 대주주와 소수주주 간 불균형, 다른 하나는 기업에 과도하게 기울어진 형사처벌 부담”이라며 “소수주주 보호를 진정으로 원한다면, 재계가 지적하는 과도한 형사처벌 문제에 대해 정치권도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상법 재표결을 미루고, 형사처벌 부담에 대해서도 침묵하는 건 과거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중요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했다는 자백”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에 대해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사의를 표명했던 이 원장은 재차 법 개정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 원장은 “보수 역시 배임죄 축소나 특별배임죄 폐지 등 기업의 형사처벌 부담 완화 논의에 나설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