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짓수 7세 수련생 “내 주특기는 암바”… 학폭대처·정신수양 호신술 각광[뻔하지 않고 Fun한 생활체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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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유년기의 학생들이 지난 11일 경기 안양시 만안구 안양동의 옥타곤멀티짐에서 진지한 자세로 주짓수 스파링(위 사진)과 준비운동(아래 〃)을 하고 있다. 백동현 기자

■ 뻔하지 않고 Fun한 생활체육 - 1. 어린이 주짓수

‘Road FC 챔피언’문제훈
안양서 주짓수 관장 변신
유치원·초등생 70명 지도
“아이들 유연해서 더 안전”

학부모들 “소심하던 아이
운동시작후 많이 달라져”
초등생 선수 올해 454명

안양 = 허종호 기자 sportsher@munhwa.com

“모든 사람을 위한 체육(Sport for All)” “평생 체육(Sport for Lifetime)”

운동의 기회와 혜택의 균등제공을 내세우는 생활체육의 이 같은 모토처럼 남성과 청년들 위주로 점유해왔던 영역의 벽이 완전히 사라지고 있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계층이 즐기는‘뻔하지만 결코 뻔하지 않은’ 생활체육현장을 3회에 걸쳐 소개한다.

주짓수는 거친 운동이다. 상대를 직접 타격하지 않지만 관절을 꺾고 조르는 방식으로 상대를 제압한다. 몸을 많이 쓰는 데다가 부상의 위험이 있기에 과격하다는 인식까지 있다. 그런데도 최근엔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주짓수가 자신의 몸을 지킬 수 있는 무술로 널리 알려진 덕분이다.

주짓수의 인기는 유소년들에게로 확장되고 있다. 특히 학교폭력 등 사회적 문제 탓에 중·고등학생은 물론 초등학생과 유치원생까지 관심을 보인다. 대한체육회 스포츠지원포털에 따르면 2023년 주짓수의 초등학생 선수 등록 인원(대회 출전 기준)은 2023년 408명에서 2024년 454명으로 늘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초등학생들이 상대를 넘어뜨리는 기술을 훈련하고 있다. 백동현 기자

지난 11일 경기 안양시 만안구 안양동에 자리한 주짓수 체육관 옥타곤멀티짐에 학교를 마친 아이들이 속속 모였다. 유치원생부터 초등학생까지 70명가량이 종합격투기(MMA) 대회 Road FC 챔피언 출신 문제훈(40) 관장의 지도를 받는다. 문 관장은 대학생 시절부터 주짓수를 수련한 블랙 벨트 소유자다. 아이들은 놀이 위주가 아닌 성인들처럼 기술 위주의 수업을 받았다. 문 관장은 다양한 상황에서 어떻게 몸을 방어해야 하는지 친절하게 교육했다.

아이들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천진난만한 얼굴로 웃으면서 떠들던 아이들은 수업이 시작되자 차분하게 앉아 문 관장의 지시에 집중했다. 유치원생과 초등학교 저학년생으로 꾸려진 수업이었지만 아무도 떠들지 않았다. 파트너와 스파링을 할 땐 작은 몸으로 앙증맞지만 정확하게 기술을 구사하기 위해 노력했고, ‘쿵’하는 소리와 함께 넘어져도 재빨리 일어나서 상대에게 달려들었다.

홍석준(10) 군은 1년밖에 수련하지 않았으나 청소년 대표 선발전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뛰어나다. 홍 군은 “실력을 보여줄 수 있을 때 가장 좋다. 형들이나 나보다 잘하는 사람을 이길 때 가장 뿌듯하다”며 “엄마가 주짓수를 하라고 해서 시작했는데, 이젠 내가 그만둘 수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엄태이(7) 군은 “엎어치기와 암바(팔 가로누워 꺾기)가 장기다. 기술을 성공시킬 때마다 기분이 좋다”며 “가끔 체육관에 나오기 귀찮을 때도 있지만 다른 운동은 이제 싫다”고 했다.

걱정과 달리 아이들이 다치지 않고 주짓수를 수련, 신체와 정신을 가꾸는 모습에 부모님들은 흐뭇해했다. 엄태이 군의 아버지 엄홍선(37) 씨는 “예전엔 아이가 부끄럼이 많았는데, 이젠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잘하는 등 눈에 띄게 좋아졌다”고 밝혔다. 윤종빈(10) 군의 어머니 이지은(37) 씨는 “아이가 소심하고 겁도 많아서 5년 전에 주짓수를 시켰다”며 “그러나 아이가 주짓수를 시작한 후 방어 능력이 크게 늘면서 신체적, 정신적으로 많은 성장을 했다”고 귀띔했다.

문 관장은 “어른들과 달리 아이들은 주짓수를 할 때 크게 다치는 경우가 없다. 어른보다 유연하고 아직 상대를 다치게 할 힘이 없기에 안전하다. 무엇보다 체육관에서 배운 기술을 학교에서, 그리고 밖에서 사용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지도한다”며 “부모님들이 학교폭력 예방과 신체적 활동을 위해 많이 데려오신다. 부모님들이 원하시는 것들을 모두 충족하고 정신적 성장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어린이들의 주짓수 참여도가 높아지면서 어린이만을 위한 생활체육 대회도 인기를 끈다. 유치원생과 초등학생들이 주로 참가하는 유소년 대회 ‘챌린지 주짓수’는 올해 3월 처음 열렸는데, 130여 명이 참가했다. 그리고 2회째인 내년 1월 대회엔 벌써 200명가량이 출전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