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빙수… 고단한 일제강점기 달랜 디저트[북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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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떡과 초콜릿, 경성에 오다
박현수 지음│한겨레출판

엄혹한 시대인 일제강점기와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디저트. 그러나 끼니를 해결하는 것도 힘겨웠을 식민지 조선에도 디저트는 존재했다. 전작 ‘경성 맛집 산책’에서 경성 거리의 외식 풍경을 전했던 저자는 이번엔 당대의 짜릿하고 달콤했던 8가지 디저트를 통해 시대의 삶과 낭만을 살폈다.

첫째로 꼽은 건 역시 커피다. 당시에도 커피는 진하고 그윽한 향만큼이나 취향이 강한 음료였다. 최고의 지식인이자 작가인 채만식과 유진오는 백화점 식당이나 제과점의 고급 커피보단 담배 연기 자욱한 다방에서 내오는 커피를 선호했는데, 이유는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행위가 아니라 기분을 좌우하는 공간에 주목했기 때문. 오늘날 ‘공간의 경험을 파는 곳’이라는 마케팅으로 세계 최고 브랜드로 성장한 스타벅스의 전략과 맥이 닿아 있다. 이국의 향기가 스민 멜론도 비싼 몸값을 자랑하며 과일에도 고급이 있음을 각인시킨 디저트다. 작가 이상은 스물일곱 나이로 죽기 전 “레몬 향기를 맡고 싶소”라고 했다는데 실은 레몬이 아니라 멜론이었다. 여름 대표 디저트 빙수도 있다. 어린이날을 제정한 방정환은 ‘빙수당 당수’로 불릴 정도로 빙수를 사랑했다. 이 밖에도 고학생들이 학비를 벌기 위해 팔았던 만주, 얼굴보다 커서 끼니로도 든든했던 호떡, 조선 최초의 탄산음료 라무네, 연인들의 과자였던 초콜릿, 기나긴 겨울밤 허기를 달래준 군고구마에 얽힌 이야기가 담겨 있다.

저자는 배고프고 고단했던 일제강점기의 8가지 간식을 통해 그때 그 풍경 속 웃음과 눈물을 되살린다. 맛집과 카페, ‘먹방’이 난무하는 요즘, 100년 전 디저트 이야기는 오히려 신선하고 흥미롭다. 356쪽, 2만 원.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