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위 달그림자’ ‘난 계몽됐다’… 尹탄핵 이목 끈 ‘말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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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1일간 심판기록 들여다보니

尹, 현직 첫 변론 출석 8회 진술
증언대 오른 인사도 16명 달해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이 국회 탄핵소추 111일 만인 4일 오전 11시 헌법재판소의 인용 선고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탄핵심판 기간 윤 전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 최초로 8차례 변론에 출석·진술했고 군·경찰·행정부 인사 16명이 증인으로 나오는 등 헌정사에 기록될 여러 장면의 주인공이 됐다. 12·3 비상계엄 선포부터 이날 선고까지의 시간을 주요 발언과 숫자를 통해 돌아봤다.

지난 4개월간 헌재 탄핵심판에서 가장 많은 결정적 장면 역시 윤 전 대통령이 만들었다. 1월 21일 3차 변론을 시작으로 출석을 이어간 윤 전 대통령은 2월 4일 5차 변론에서 정치인 체포 지시 등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며 “실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지시했니, 지시받았니 이런 얘기들이 마치 ‘호수 위에 떠 있는 달그림자’를 쫓아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달 25일 11차 변론에서는 직접 최후진술에 나서 “계엄의 형식을 빌린 대국민 호소”라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 대리인단도 화제의 말들을 남겼다. 조대현 전 헌법재판관은 1월 23일 4차 변론에서 “국민은 이 사건 비상계엄을 ‘계몽령’이라고 이해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윤 대통령 측 김계리 변호사는 11차 변론에서 “저는 계몽되었습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탄핵심판에 등장한 주요 증인들의 증언도 헌재에 쏠린 국민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12월 3일 국회에 계엄군을 투입했던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2월 6일 6차 변론에서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의원 끌어내라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으나 정형식 재판관이 “‘국회의원’이란 말을 들은 기억이 있느냐”고 묻자 “안에 있는 ‘인원’을 끄집어내라고 들었다”고 답했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도 5차 변론에서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이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조성현 수도방위사령부 1경비단장은 의사당에 진입해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은 사실을 증언하며 “저는 의인이 아니다. 제가 아무리 거짓말을 해도 제 부하들은 다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국정 2인자였던 한덕수 국무총리는 계엄 전 국무회의에 대해 “형식적, 실체적 흠결이 있었다”고 진술했다.

이번 탄핵심판은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 이어 3번째였지만 윤 전 대통령은 탄핵심판에 출석해 진술한 첫 현직 대통령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그는 3차 변론기일부터 11차 기일까지 총 8차례 출석했다. 최후진술에서는 67분간 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직무 복귀 후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증인신문은 4차 변론기일부터 6차례 진행돼 국회 측 신청 증인 4명과 윤 대통령 측 신청 증인 6명, 쌍방 신청 증인 5명, 재판부 직권 채택 1명 등 16명이 증언대에 섰다.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미임명으로 ‘8인 체제’로 진행된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은 국회 탄핵소추안 접수 후 111일 만이자 변론 종결 후 38일 만에야 선고가 내려져 역대 대통령 탄핵심판 최장 심리기록도 갈아치웠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