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때 檢총장 발탁 → ‘권력수사’ 충돌 → 대통령 당선 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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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영욕의 삶’

1960년 출생 8전9기 고시 합격
고위직 구속시키는 강골 이미지
국정농단 수사 계기로 승승장구
법무장관 조국·추미애와 대립
단번에 유력한 야권 대선후보로

집무실 용산 이전 등 파격 행보
‘여소야대’ 정국서 동력 못얻어

헌법재판소가 4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를 인용 결정함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의 2년 11개월간의 국정 운영이 완전히 멈춰 서게 됐다. 윤 전 대통령은 정치 입문 8개월 만에 돌풍을 일으키며 단숨에 대권을 잡는 등 정치 인생의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은 야당의 탄핵 공세 등을 맞받아치기 위해 ‘12·3 비상계엄’이라는 자충수를 두게 됐고, 이날 탄핵안이 인용돼 임기 중 파면된 역사상 두 번째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윤 전 대통령은 범상치 않은 학창시절을 보냈다. 서울 출신으로 충암고를 졸업한 윤 전 대통령은 서울대 법대에 79학번으로 입학했다. 윤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법률 대리인을 맡은 석동현 전 서울동부지검장과 김수남 전 검찰총장 등이 그의 대학 동기다. 검찰 입문은 동기들보다 한참 늦었다. 윤 전 대통령은 대학 4학년 때 사법시험 1차에 붙었지만, 2차 시험에서 계속 떨어졌다. ‘사시 낭인’ 시절 윤 전 대통령은 후배들의 과외 선생 역할도 했다고 한다.

윤 전 대통령은 사시에 여덟 번 낙방하고 아홉 번째에 겨우 합격했다. 윤 전 대통령은 “10수 위기가 있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1991년 6월 절친한 대구 친구가 결혼을 앞두고 “함진아비를 해달라”고 부탁했는데, 하필 함 들어가는 날이 2차 시험 사흘 전이었다고 한다. 윤 전 대통령은 고속버스 편으로 대구에 내려갔고, 뒤풀이까지 참석한 뒤 다음 날 새벽 버스 편으로 다시 상경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번에도 어렵겠다”고 마음을 비우고 7월 2일 열린 2차 시험에 응시했는데 결과는 합격이었다.

윤 전 대통령은 1994년 연수원 수료 후 검사로 임관했다. 서른넷의 다소 늦은 나이였다. 윤 전 대통령은 이후 고위직 인사도 과감히 구속시키는 ‘강골’ 이미지로 이름을 날리면서 국민적 관심을 받았다. 박근혜 정부와 갈등을 겪던 윤 전 대통령은 2013년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유명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이후 대구고검, 대전고검 등으로 좌천되면서 부침을 겪었지만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을 둘러싼 국정농단 사건 수사를 계기로 승승장구했다. 문재인 정부에선 적폐청산 수사의 공로를 인정받아 2019년 7월 검찰총장에 올랐다.

윤 전 대통령은 ‘문재인의 남자’에 머무르지 않았다. 조국·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사사건건 부딪치며 유력한 야권 대선후보로 떠올랐다. 이후 2021년 6월 대선 출마를 선언했고, 이듬해 3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0.73%포인트 차이로 꺾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기득권 정치에 물들지 않은 ‘정치 초보’, 대선 기간 전면에 내세운 ‘공정과 상식’ 이미지를 선점했고 문 정부에 실망한 국민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윤 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파격 행보를 벌였다. 집무실과 관저를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전격 이전했고 도어스테핑(약식 기자회견)을 도입했다. 이후 문 정부가 추진했던 탈원전, 주 52시간 근무제, 확장적 예산 편성 등의 모든 정부 정책 기조를 선회하는 데 국정역량을 집중했다. 흔들리는 한미동맹과 한·일 협력을 복원하는 데 방점을 둬 한·미·일 3각 협력의 틀을 마련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2022년 10월 15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태원 참사, 이듬해 7월 채 상병 순직 사건을 계기로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야당과 시민단체는 참사 원인 규명과 정부의 책임, 수사 외압 의혹 등 맹공을 퍼부었다. 취임 초 50%에 육박하던 대통령 지지도는 이때를 기점으로 20∼30%대로 추락했다. 20%대 박스권 지지율을 이어간 윤 전 대통령은 국정수행 동력을 빠르게 상실해갔다. 2023년 10월 보궐선거 패배와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폭로, 22대 총선을 앞두고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의 극심한 갈등 및 4·10 총선 대패는 윤 전 대통령에게 치명타가 됐다. 그럼에도 윤 전 대통령은 ‘개혁 대통령’의 꿈을 접지 않았지만, 노동·교육·의료·연금 등 4대 개혁과 저출산 문제 해결 등 윤 정부의 ‘4+1 개혁’은 여소야대 정국에서 동력을 얻지 못했다. 윤 전 대통령은 결국 지난해 12월 3일 반헌법적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11일 뒤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며 이날 헌재가 탄핵안을 인용했다.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