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과생 사실상 수업거부… 의대파행 계속

학생들 학교 연락도 끊고 잠적
“尹 탄핵됐으니 제적 못시킬 것”

본과생 중심 수업 복귀 분위기
서울대 4학년 65%·연대 47%

주요 의대 일부 본과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해 의대생들의 ‘단일대오’가 깨지긴 했지만 대다수는 강경파 지도부의 투쟁 기조대로 ‘수업 거부’를 이어가고 있어 의대 수업 현장은 파행을 겪고 있다. 예과 1·2학년의 수업 참여율은 저조하고, 일부 의대에선 학생들이 대학 측과 소통을 거부하고 잠적하는 등 수업 정상화까지 갈 길이 멀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치 상황에 맞춰 거취를 정하겠다는 의대생들도 있어,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인해 다음 주가 수업 복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4일 교육계와 대학 당국 등에 따르면 올해 신입생을 포함한 예과 1·2학년들의 수업 참여는 현재까지 미미한 수준이다. 서울대 본과 4학년의 약 65%, 고려대 본과 2학년의 약 64%, 연세대 본과 4학년의 47%가 수업에 복귀한 것처럼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여전히 일부 학년에 치중된 상황이다. 수업을 듣기 시작한 이들은 고학년인 만큼 강경파 의대생 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의 압박을 상대적으로 덜 받아 전체 의대생의 복귀 움직임으로 보기엔 아직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역별로도 분위기가 다르다. 한 지역 의대 관계자는 “본과생만 봤을 때 30∼40% 정도만 복귀한 수준”이라고 했다. 일부 의대에선 학생들이 대학당국과 연락을 끊고 잠적한 채 수업을 듣지 않고 있다. 복학 등록·수강신청 마감을 앞두고 전화 연결조차 힘들었던 각 대학 행정실 문의도 멈춘 지 오래다.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해 동맹 휴학에 돌입했던 의대생들의 ‘단일대오’는 무너졌지만, 아직 저학년들까지 수업에 복귀시킬 추진력은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의사 익명 커뮤니티 메디스태프,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내 의대 게시판 등에서 “윤 대통령이 탄핵됐으니 학교에 돌아가지 않아도 우리를 제적하지 못할 것”이라는 근거 없는 이야기가 확산하면서 수업 복귀 분위기를 저해하고 있다.

수업 시작 2주차인 다음 주는 의대 수업 정상화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헌법재판소가 윤 전 대통령 파면을 결정하면서 복귀율이 높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일부 학생들이 “차기 정부 출범 전까지 수업에 복귀하지 말자”고 주장하고 있지만, 정치권 시계와 상관없이 출석일 수가 줄어들 수 있어 복귀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학생들이 의정갈등을 거치면서 정치적 문제에 좌우되고 있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표하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지금 학생들은 자신의 미래를 위해 공부해야 할 시기인데, 정치 상황에 맞게 거취를 정하려는 것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