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라 관세상담 4배↑… 중기, 대책없어 발만 동동[관세폭풍, 수출 한국호 비상]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정책으로 한국 기업의 수출에 막대한 타격이 예상되는 가운데 3일 미국 일리노이주에 위치한 H마트에서 매장 직원이 한국에서 수입한 전기밥솥을 진열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 관세폭풍, 수출 한국호 비상 - (1) 산업현장 패닉

코트라 1일평균문의 186건 달해
대기업 비상체제 불구 해법 난항
철강 등은 생산·인원 감축 돌입

정부 관세율 협상이 마지막 희망

미국이 한국에 대해 25% 상호관세를 적용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국내 산업 현장은 ‘패닉(혼돈)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뾰족한 대응 방안을 찾지 못하는 중소·중견기업들은 발만 동동 구르며 존폐 위기를 고민하고 대기업은 매일 비상회의를 열며 생산지 다변화 등 대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막대한 손실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미 일부 업종을 중심으로 생산을 줄이거나 임원을 감축하는 등 구조조정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가운데, 대미 수출이 13%가량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7일 코트라에 따르면 관세 관련 통합 상담 창구인 ‘관세 대응 119’의 누적 상담 건수는 지난 4일 기준 1751건으로 집계됐다. 2월 18일부터 운영 중인 창구는 지난 2일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한 이후 상담이 폭증하는 양상이다. 실제 발표 이후인 3~4일 단 이틀간 접수된 상담 건수는 373건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186.5건으로 이는 직전 하루 평균(44.5건)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관세 대응 119 개설 이후부터 최근까지 기업들이 질문한 구체적인 상담 내용을 보면 ‘관세 관련 문의’가 1005건(57.4%)으로 가장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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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관련 정보 취득 수단이 마땅치 않은 중소·중견기업을 중심으로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수도권 지역 알루미늄 제품 생산업체인 A사 대표는 “4월 들어 미국에서의 주문이 뚝 끊겼다”고 하소연했다. 철강 제품 제조업체 B사 대표도 지난 4일 사정이 비슷한 다른 회사들과 연달아 회의를 개최했지만, 마땅한 대책을 마련하지는 못했다. 대구에서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C사 대표는 “지난해 전체 수출량 중 90%가 북미 수출량”이라며 “미국 바이어 파트너와 늘어난 관세 부분에 대해 함께 부담할 수 있는지 논의해 보려 하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이어 “관세로 인해 회사 매출 규모가 줄면 금융권으로부터 대출 상환 압박이 커지고 신용 등급이 하락돼 신규 대출에도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기업들도 위기 상황으로 인식하고 비상체제를 운영하고 있지만,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고관세가 확정된 베트남 등에 공장을 둔 LG전자는 지난해 말부터 운영해 왔던 ‘플레이북’ 태스크포스(TF)를 원점부터 다시 운영하고 있다. 이전에는 국가별 예상 관세로 시뮬레이션을 돌려왔다. 관세 확정 이후 오는 9일 선적분부터 적용되는 국가별 제조원가 등을 처음부터 다시 계산해 물량 조정·이전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관세팀에서 국가별 관세, 물류비, 인건비 등을 적용하면서 생산물량 재조정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열심히 대응해도 한계가 크다”며 “9일 발효 전까지 한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가 미국 정부와 협상을 통해 관세를 낮춰주길 바라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12일부터 관세가 발효된 철강업계는 이미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다. 현대제철은 임원 급여 삭감과 전 직원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4월 한 달간은 인천공장 내 철근 생산라인 가동도 중단한다.

국내 금융기관이 분석한 국내 피해 연구에 따르면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는 미국 수출 규모가 12.8%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KB국민은행은 산업별 영업이익률이 최대 4%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으며, 하나은행은 국내 부가가치 손실 규모가 10조6000억 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용권·장병철·장석범·이예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