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 까먹는 관세… 미 공화, 내년 선거 위기론

■ 경합지역 의원들 공개적 비판

“자유무역 원해” “상호관세 끔찍”
저항·반대 신호 나타나고 있어

인플레 우려에 일부 사재기 등장
노동절 대규모 시위예고도 부담

워싱턴=민병기 특파원 mingming@munhw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로 주식시장이 폭락하고 인플레이션 우려에 일부 품목의 사재기까지 등장하자 공화당 내에서도 내년 선거 패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간 공화당이 사실상 ‘트럼프당’으로 변모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이 선거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경합 지역 의원을 중심으로 공개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5일(현지시간) 50개 주에서 동시에 열렸던 반(反)트럼프 시위를 주도한 단체가 5월 1일 노동절에도 다시 대규모 시위를 예고한 것도 트럼프 행정부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공화당 의원들의 우려는 지난 대통령 선거 때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을 겨냥했던 공화당의 공격이 그대로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인플레이션 등 경제에 대한 불만이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비토로 이어져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의 동력이 됐지만 급진적인 관세정책에 시장이 ‘공포’ 수준의 반응을 보임에 따라 내년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패배할 수 있다는 것이다.

6일 의회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민주당 약우세 지역인 네브래스카 출신 공화당 돈 베이컨 하원의원은 “네브래스카 주민들은 무역 분쟁이 아닌 자유 무역 협정을 원한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경합주인 버지니아가 지역구인 공화당 젠 키건스 하원의원은 관세정책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항의성 질의를 받고 “인내심을 갖고 최종 목표를 기억해 달라”며 진땀을 흘려야 했다.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들도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제리 모런 의원(캔자스)은 자신의 지역구민 상당수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이 지나치게 공격적이라고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테드 크루즈 의원은 지난 5일 팟캐스트에서 “지구상의 모든 국가가 미국에 보복관세를 부과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끔찍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면서 “미국이 경기침체를 겪고, 국민이 큰 고통을 겪는다면 유권자들은 여당을 처벌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극우 유튜버의 말을 듣고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핵심 멤버들을 해고한 데 대해 공군 준장 출신 베이컨 의원은 “가슴 아픈 일”이라며 “우리가 최고의 리더를 해고한 것을 두고 러시아와 중국은 비웃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제 문제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통치 방식’을 두고도 공화당 내부에서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그만큼 지역 민심이 악화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워싱턴포스트(WP)도 이날 보도에서 “공화당 의원들 사이에서 관세에 대한 일부 저항이나 작은 반대의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이것은 향후 더 커질 수 있다”면서 “공화당의 성패는 기본적으로 관세 및 경제 상황과 맞물려 있다”고 분석했다.

5일 50개 주에서 60만 명이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여했다. 미국 전역에서 반트럼프 시위를 기획한 ‘핸즈오프’(Hands Off)는 노동절에도 대규모 시위를 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