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의 전쟁이 ‘모든 무슬림들의 의무’?…이슬람 학자단체 주장 논란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1월 27일 소총으로 무장한 하마스 대원이 고향으로 돌아가는 가자지구 피란민들의 이동 경로에서 보초를 서고 있는 모습. AP 연합뉴스

수십만에 이르는 전 세계 무슬림 종교학자들을 대변한다고 주장하는 한 단체가 이스라엘에 대한 무장 성전(지하드·jihad)이 무슬림들의 ‘의무’라는 취지의 주장이 담긴 급진적 칙명(勅命·fatwa·이슬람교 지도자가 내리는 신학적 견해)을 내놔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에 이스라엘 측은 무슬림들이 국제적으로 이스라엘을 기습공격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돕고 있다고 반발했다.

7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현지 매체 예루살렘포스트 등에 따르면 카타르 수도 도하에 본사를 둔 이슬람 학자단체 ‘국제무슬림학자연합’은 이날 이스라엘에 대한 무슬림들의 ‘무장 성전’을 촉구하는 칙명을 공개했다. 해당 칙명은 또 이스라엘을 "이교도 적국"으로 규정하며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등 앞서 이스라엘과 수교를 맺은 무슬림 국가들이 외교관계를 끊어야 할 종교적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슬람교 학자들이 전통적으로 유대교도를 믿는 이스라엘인을 ‘성서의 민족’으로 바라보던 것보다 훨씬 급진적이고 강경한 세계관을 소개한 것이다.

또 이번 칙명은 무슬림들이 시온주의(유대인들의 이스라엘 건국이 성경의 예언과 일치하는 것이라는 이념) 단체를 지지하는 모든 기업들에 대한 보이콧을 진행해야 하며, 부유한 무슬림들이 경제력을 앞세워 성전에 참여할 뿐 아니라 직접 전투에 참여하는 무슬림들의 무장을 도와야 한다고도 촉구했다. 그러면서 무슬림 산유국들이 석유, 천연가스를 포함해 이스라엘의 군사력을 키우는 모든 상품에 대한 수출을 중단해야 하고, 음식과 음료까지 이스라엘로 보내서는 안된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어 무슬림 국가들이 군사적으로도 연합해 자신들의 영토를 방어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이 같은 칙명을 두고 이스라엘 내 이슬람 전문가인 네샤 셰머 박사는 "유대인에 대한 공격과 전쟁이 전 세계 무슬림들의 ‘종교 전쟁’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전 세계 수많은 유대인들의 삶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