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희와 좌절, 극복…‘대권주자’ 김동연, 인생역정 책 펴내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동연 경기지사가 펴낸 저서 ‘분노를 넘어, 김동연’ 표지. 경기도청 제공

수원=박성훈 기자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거나 또는 스스로 비전이 없어질 때. 일에 대한 열정을 느끼지 못하고 문득 무사안일에 빠지자는 유혹에 굴할 때. 문제를 알면서도 침묵할 때. 문제의해결 방안을 엉뚱한 곳에서 찾는 무능력을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노안(老眼)처럼 느끼게 될 때. 잘못된 정책을 국민을 위한 것일 줄 알고 고집하는 확신범이란 생각이 들 때."

오는 6월 3일 시행되는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한 김동연 경기지사는 9일 발간한 저서에서 공직생활에서 물러나야 할 때를 이같이 밝혔다. 책 제목은 ‘분노를 넘어, 김동연(메디치 刊)’다. 지난 2017년 공직을 떠난 뒤 쓴 ‘있는 자리 흩트리기(쌤앤파커스 刊)’와 2021년 첫 대선 출마를 앞두고 쓴 ‘대한민국 금기 깨기(쌤앤파커스 刊)’ 에 이어 세 번째 저서다.

‘분노를 넘어, 김동연’에는 김 지사가 어린 시절부터 겪은 분노와 나름의 반란(?)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와 작고로 느닷없이 가난의 수렁에 빠졌던 경험과 경제부총리, 기재부 예산실장, 청와대 비서관 등을 지내면서 겪은 분노와 극복 경험이 담겼다. 정계 입문 후의 비화와 두 번째 도전하는 대통령으로서의 비전도 읽을 수 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동연(가운데) 경기지사의 어린 시절. 경기도청 제공

책에 나오는 그의 첫 분노는 갑자기 판잣집 생활을 시작하던 당시의 소회를 담고 있다. 그는 그때 상황을 이렇게 썼다. "집이 폭삭 망했다. 빚잔치 뒤에 우리 가족은 쫓기듯이 청계천 무허가 판잣집으로 옮겼다. 당시 서울에서 가장 가난한 빈민들이 살던 곳이다. 나는 그 동네에서 중학교를 다녔다. 몇 년 후 무허가 판잣집은 철거됐고 그곳에 살던 주민들은 ‘광주대단지’라는 곳으로 강제 이주됐다.그곳에 우리 가족은 천막을 치고 살았다."

원하던 인문계 고등학교를 포기하고 덕수상고에 입학해 어머니와 선생님에게 대들었던 경험 등도 서술됐다. 가난에 시달리던 당시 김 지사의 어머니의 회고는 다음과 같다. "동연이가 고등학교 1학년 때 어느 날 저녁 칼국수를 끓였어. 쌀이 떨어져 밀가루를 밀어 국수를 끓였지. 그런데 한밤중에 동연이가 공부하다 나와 배가 고프다면서 ‘아까 먹다 남은 국수 좀 없냐’고 하는 거야. 남은 게 없었어. 사실은 양이 충분하지 않아 너희들에게는 국수를 주고 할머니와 나는 국물로 배를 채웠거든. 없다고 하니까 동연이가 방으로 들어가면서 ‘보리밥이라도 좋으니한번 배부르게 먹어봤으면 원이 없겠다’고 혼잣말로 하는 것이야. 그날 한잠도 못 자고 뜬눈으로 밤을 새웠어."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동연 경기지사의 선친과 어머니가 있는 가족사진과 선친이 남긴 빚 서류. 경기도청 제공

김 지사는 그의 첫 ‘반란’에 대해 이렇게 썼다. "조금씩 학업과 취업 준비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3학년 올라가서는 ‘취업 전쟁’이었다.내가 가고 싶은 직장은 대한항공이었다. 야간대학 다니기가 좋다는 소문 때문이었다. 우리 반에 대한항공 추천서가 한 장 왔다. 차례는 내게 돌아오지 않았다. 3학년 2학기 초 은행 시험을 봤다. 이 취직 시험에 우리 가족의 운명이 달려 있었다."

어머니를 놀래고 싶었던 기억과 그녀의 환희에 관한 사연은 다음과 같다. "한국신탁은행 합격자 발표가 났다. 1반에서는 김동연, 합격. 뛸 듯이 기뻤다. 집에 가는 길에 어머니께 장난으로 시험에 떨어졌다고 말씀 드릴까 생각했다. 실망하는 어머니에게 ‘짜잔’ 하고 합격 소식을 전하려는 장난기였다. 그러나 이내 생각을 바꿨다. 어머니가 심장마비라도 일으킬까 걱정됐다. 합격했다는 말을 들은 어머니는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박수를 치며 덩실덩실 춤을 추셨다. 그전에도 그리고 그 이후에도 나는 어머니가 춤을 추시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고시에 붙고, 박사가 되고, 부총리가 되고, 도지사 선거에서 이겼지만, 어머니는 다시는 춤을 추신 적이 없으셨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1월 24일 스위스 다보스포럼 일정을 마친 뒤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김동연 경기지사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경기도청 제공.

그의 입시 경험은 이렇게 서술됐다. "대학에 가고 싶었다. 정말이지 죽도록 가고 싶었다. 야간 대학이 몇 곳밖에 없던 시절이었다. 사무실에서 퇴근 후 가기에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대학은 당시 서대문사거리에 있던 ‘국제대학’이었다. 지금의 서경대학교다. 당시에는 덩그러니 건물 하나밖에 없었지만 주경야독하는 직장인들의 꿈이 모이는 곳이었다. 법학과에 입학했다. 캠퍼스의 낭만 같은 것은 없었지만 퇴근하고는 부지런히 달려갔다. 밥 먹을 시간이 없어 1교시 끝난 뒤 쉬는 시간에 늦은 저녁을 허겁지겁 먹었다. 학교 근처에 짜장면과 우동을 싸게 파는 집이 있어 늘 그곳에서 먹곤 했다."

한편 김 지사는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이번 대통령 선거는 대한민국이 과거로 돌아갈 것이냐, 미래로 나아갈 것이냐를 결정하는 선거가 될 것"이라면서 "정권교체만으로는 안 된다. 정권교체, 그 이상의 교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