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양 태워 사막화시키는 산불… 미생물이 돌아와야 완전 복구”

이영근 국립산림과학원 박사
“외형 멀쩡해도 복구는 진행형”

고성=이성현 기자 sunny@munhwa.com

“고성 산불 후 30년 가까이 지나도록 송이버섯이 아직 안 돌아왔는데, 토양이 여전히 회복되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이영근(사진) 국립산림과학원 박사는 8일 문화일보와 인터뷰에서 “산불은 나무뿐 아니라 땅속에 있는 미생물과 유기물 등까지 모두 태우고 토양을 사막화한다. 토양을 원상회복하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이 걸린다”며 산불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토양은 숲 생태계의 순환 속에서 동물과 미생물의 오랜 활동을 통해 형성되기 때문에 더 긴 기다림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지난 2002년부터 국립산림과학원에서 산불·산불피해 복원 관련 문제를 연구하는 이 박사는 1996년 발생한 고성 산불 피해지 장기 모니터링에도 참여하며 숲의 복원 과정을 살피고 있다. 이 박사가 토양의 회복 과정에서 중요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은 송이버섯의 자생 여부다. 고성 산불 피해 지역에 심은 소나무가 10m 이상 크기로 성장해 산불 이전 모습을 거의 회복한 상태에서 송이버섯이 다시 돌아온다면 토양도 이전 구조와 가까워졌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박사는 “일반적으로 산불이 난 지역에서 송이가 다시 자라기까지 30년이 걸린다는 말이 있지만, 이는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이 없다”며 “50년이 걸릴지 그 이상이 될지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송이가 다시 자라려면 토양 안에 미생물들이 먼저 돌아와야 한다”며 “외형적으로는 산불 흔적을 찾아볼 수는 없어도, 안을 들여다보면 식생은 완전히 돌아오지 않았고 복구는 여전히 진행형”이라고 강조했다.

이 박사는 피해지 복원 과정에서 자연 복원을 선택할 것이냐, 조림 복원을 선택할 것이냐의 논쟁에 대해선 그 장단점이 명확한 만큼 절충과 조화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박사는 “산불 피해지 복원 작업은 보통 자연 복원 51%, 조림 복원 49%의 비율로 진행한다”면서 “복원 목적과 전문가 및 산주(山主)의 의견, 자연조건 등을 고려해 장기적 관점에서 합리적으로 복원 방식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림 복원은 일정한 굵기와 높이로 나무가 곧게 자라기 때문에 관리가 쉽다”며 “반면 자연 복원은 숲의 다양성을 높이고 2차 토양 교란을 최소화한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