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최악 피해 보고도… 여전히 하루 5건씩 ‘산불’

전국 곳곳서 부주의 추정 화재
담뱃불·농막작업 ‘안전불감증’

구미=박천학·울산=곽시열·산청=박영수 기자, 전국종합

지난달 영남지역을 휩쓴 역대 최악의 산불로 막대한 인명·재산·산림피해가 발생한 이후에도 전국 곳곳에서 실화로 추정되는 산불이 잇따르는 등 ‘산불 불감증’이 도를 넘고 있다. 산불 경계령이 최고조에 달하고 국가적으로도 엄중한 상황인데도 산불 위험 경각심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9일 산림청에 따르면 이달 들어 전날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산불은 총 40건으로 하루 평균 5건에 이른다. 지난 5일을 제외하면 매일 발생했고, 8일에는 무려 8건이나 됐다.

8일 오후 3시 11분쯤 경북 구미시 도개면 월림리에선 산불이 발생해 주민 133명이 긴급 대피했다. 앞서 같은 날 오후 1시 54분쯤에는 의성군 춘산면 금천리, 낮 12시 30분쯤에는 경주시 외동읍 북토리 야산에서 불이 났다. 또 같은 날 오후 3시쯤엔 충북 영동군 임계리 야산에서 불이 나 주민 50명이 대피했다. 산불 당시 벌목업자 50대 A 씨가 진화에 나섰다가 얼굴에 2도 화상을 입었다. 같은 날 경기 포천시 영중면, 가평군 조종면, 경남 산청군 시천면, 남해군 고현면에서도 산불이 발생했다.

이와 함께 지난 6일에는 대구 북구에서 발생한 산불로 진화에 나섰던 동구청 임차헬기가 추락해 조종사 1명이 숨졌다. 북구청은 산불 원인을 담뱃불로 추정했다. 같은 날 울산 울주군 온양읍에서 농막 그라인드 작업과정에서 발생한 불티가, 다음 날엔 경남 하동군 옥종면에서 예초기 화재에 의한 비화가 각각 원인으로 추정되는 산불이 발생했다.

산림 당국은 산불 대부분을 실화로 추정하고 정확한 원인을 조사 중이다. 산림보호법에 따르면 사소한 부주의라도 산불 원인 행위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또 민사상 산림 피해와 진화 비용에 대한 배상 책임도 질 수 있다. 산림 당국과 지방자치단체는 올해 유례없는 산불로 재난급 피해가 발생하자 연일 산림 인접 지역 작업장 안전관리 강화, 흡연 및 소각 금지 등 산불 위기경보 재난 안내문자를 보내고 있다. 8일 하루에만 전국적으로 160여 건이 발송됐다. 산림 당국 관계자는 “안이한 생각에서 비롯된 부주의가 산불의 큰 원인인 만큼 각별한 주의를 거듭 당부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