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집배원 통해 마약우편 배송… 대법 “함정수사 아니다”

“세관, 영장없이 우편물 개봉 적법”
필로폰 밀반입자 징역 5년 확정

마약이 담긴 국제우편물을 세관 통관검사 과정에서 영장 없이 열어봤더라도 마약류 확인을 위한 적법한 행정조사인 만큼 문제가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 씨는 2023년 중국에 거주 중인 것으로 추정되는 B 씨와 공모해 말레이시아에서 국제우편으로 필로폰을 밀반입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필로폰을 소지하고 자택에서 흡입한 혐의도 받는다. A 씨는 재판과정에서 인천세관이 압수수색 영장 없이 국제우편물을 열어보고, 필로폰 성분분석을 의뢰한 데 대해 위법수집 증거라고 주장했다. 또 검찰 요청을 받은 집배원이 마약이 든 우편물을 현관 앞에 둬 자신이 받도록 한 것은 함정수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1·2심 모두 A 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징역 5년과 40시간 약물중독 재활교육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2심 재판부는 “우편물 통관검사에서 이뤄지는 우편물 개봉과 시료 채취·성분분석 등 검사는 수출입물품에 대한 적정한 통관을 목적으로 한 행정조사”라며 “수사기관의 강제처분이라 할 수 없어 영장 없이 검사가 진행됐더라도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함정수사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A 씨가 애초부터 우편물을 받을 의사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임의수사와 영장주의, 함정수사 등으로 인한 채증법칙위반 및 증거능력, 공모관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이후민 기자 potat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