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공군기지 도촬 중국인 10대, 전투기 사진만 100장 찍었다

경찰, 2명 입건…“아버지가 공안” 밝혀
오산·청주 공군기지까지 무단촬영

1년간 군사정보 빼내다 적발 중국인 8명
간첩법 적용 안돼 ‘솜방망이 처벌’ 반복

경기 수원 공군기지 인근에서 군 전투기를 무단으로 촬영하다 적발된 10대 중국인 2명이 전투기 이·착륙 사진을 무려 100여 장 촬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중국인이 군사기지 등 보안시설을 찍다 붙잡히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지만, 간첩법 개정이 미뤄지면서 과태료 등 솜방망이 처벌이 반복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경기남부경찰청 안보수사과는 지난달 21일 공군 제10전투비행단이 위치한 수원 공군기지 부근에서 DSLR 카메라와 휴대전화를 이용해 전투기를 무단으로 촬영한 중국인 고등학생 2명을 형사입건하고 출국금지 조처를 내렸다고 9일 밝혔다. 사건 발생 사흘 전인 지난달 18일 관광비자로 한국에 입국한 이들은 수원 외에도 평택 오산공군기지와 충북 청주공군기지에서 전투기의 이·착륙 모습을 무단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들 중 1명은 경찰 수사 과정에서 “아버지가 중국 공안(경찰)”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사진을 촬영한 동기에 대해 “평소 비행기 사진을 찍는 취미가 있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대공 용의점을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

지난 1년 새 중국인들이 국내 주요 시설을 몰래 촬영하거나 군사 정보 등을 빼내다 적발된 사례는 5건에 달한다. 지난해 6월에는 중국인 유학생 3명이 부산항에 정박하고 있던 미군 항공모함을 드론으로 촬영하다가 검거됐고, 같은 해 11월 국가정보원 건물을 드론으로 촬영한 중국인이 붙잡혔다. 지난 1월에도 중국인 관광객이 제주국제공항을 드론으로 무단 촬영하다가 적발됐다. 지난달 29일엔 현역 군인을 매수해 한·미 연합 훈련 계획 등을 수집한 중국인이 체포됐다.

그러나 이들은 간첩법에 따라 처벌받지 않는다. 이번에 입건된 고등학생들에게도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현행 간첩법이 적용 대상을 ‘적국(북한)’으로 한정하고 있고, 대상을 외국 전반으로 넓히는 개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군사기지법 위반은 처벌 수위가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그치는 반면, 간첩법은 사형·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이른다. 지난달 12일 드론으로 정부세종청사를 찍은 30대 중국인 역시 과태료 처분에 그쳤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국회에 계류 중인 간첩법을 신속히 처리해 간첩법 적용 대상을 확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지운·조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