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의대정원 동결’ 압박에… 교육부 “수업 정상화가 먼저”

■ 尹 파면되자 ‘대화’ 꺼낸 의협

내년 의대 인원 ‘조기확정’ 요구
협상력 높이려 대정부투쟁 예고
정부는 “복귀 후 결정” 원칙고수

수험생 등 53% “정원회귀 반대”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과도기 정부를 상대로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의료계가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조기 확정하라고 압박하고 나섰다. 교육부는 “의대 수업 정상화가 돼야 내년도 모집인원 확정이 가능하다”는 원칙을 내세우고 있는데 의료계는 이를 접고 ‘증원 0명’을 서둘러 결정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의협은 오는 20일 총궐기집회 등 강경투쟁도 병행하면서 차기 정권이 들어서기 전까지 의대 증원 백지화를 관철시키려는 모양새다. 수험생과 학부모 등이 정원 동결을 부정적으로 보는 가운데 의대생 대다수가 수업에 복귀하지 않은 만큼 이번 주 내 모집인원 확정은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9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교육부는 복귀한 의대생들의 수업 출석 상황을 최소한 이번 주까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현재 고학년들을 중심으로 학교 수업에 참여하는 움직임이 늘고 있지만, 저학년 수업 복귀율은 초반보다 떨어지고 있어 수업 정상화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일부 의대생들과 의료계에선 “정부가 집단 유급사태까지는 지켜보지 못할 것”이라는 낙관론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수업 불참으로 인한 유급·제적 등 학사 결과는 학생의 책임”이라는 게 교육부의 입장이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교육부가 강경한 것이 아니라, 다른 과에서도 학생이 수업을 듣지 않으면 당연히 치러야 하는 대가”라고 지적했다.

의협은 조기 대선 국면에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강온 투트랙’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의협은 대화 조건으로 △무리한 행정명령 부과에 대한 사과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중단 △2026학년도 의대 정원 확정 등을 되풀이하고 있다. 이 중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 확정은 교육부가 “수업 정상화가 돼야 내년도 증원을 0명으로 한다는 기존에 발표한 원칙을 지키겠다”고 수차례 밝혔는데도 의협이 “원칙을 깨라”고 무리하게 요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의협이 속해 있는 한국의학교육협의회(의교협)도 전날 정부와 여야 대표들에게 “이번 주 중 의대 모집인원을 3058명으로 확정 발표해 줄 것을 건의한다”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다.

여론은 싸늘하다. 종로학원이 지난 1∼7일 현 고1∼3학년과 N수생, 학부모 543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3.4%가 “의대 모집정원은 당초 발표대로 5000명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68.3%는 “의대 모집정원 축소로 입시에서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한다”고 응답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수험생들이 의대 모집정원 축소 또는 원점 회귀 시 입시에 상당한 피해 의식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도 이날 성명을 내고 “국민의 이해와 양해 없는 2026년 의대 모집인원 동결은 안 된다”며 “완전한 의대생 복귀와 의대 교육 정상화가 먼저”라고 주장했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