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의 백악관 출입을 허하라”… 미 법원, 취재제한 해제 명령

“미국만 표기 거부탓 취재제한
관점 다르다고 문닫아선 안돼”
백악관엔 항고기간 1주 부여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미국만’(Gulf of America) 표기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백악관 취재 제한 조치를 한 AP통신에 대해 미 연방법원이 취재 제한 해제를 명령했다. 사법부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수정헌법 1조’를 들어 특정 매체의 보도 내용을 이유로 정부가 해당 언론사에 불이익을 줘선 안 된다며 AP통신의 손을 들어줬다.

8일 AP통신에 따르면 워싱턴DC 지방법원 트레버 맥패든 판사는 이날 “수정헌법 1조에 따라, 정부가 일부 언론인들에게 (취재의) 문을 열었다면 자신들과 관점이 다른 타 언론인들에게 문을 닫아서는 안 된다”며 AP통신이 백악관의 미국만 개칭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대통령 취재를 제한당해서는 안 된다고 판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 당시 직접 임명한 판사이기도 한 맥패든 판사는 백악관이 다른 언론사에 개방되는 경우 AP통신도 대통령 집무실(오벌오피스)과 전용기(에어포스 원)를 비롯한 제한된 공간에 다시 들어갈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다만 맥패든 판사는 백악관에 자신의 판결을 따르거나 항고할 수 있는 유예기간 1주일을 줬다.

로렌 이스톤 AP통신 대변인은 “법원의 판결을 환영한다”며 “이번 판결은 모든 언론과 국민이 정부의 보복 없이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는 헌법적 권리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또 AP통신은 이번 판결이 “백악관이 다양한 분야에서 언론들을 압박하는 시기에 법원이 AP에 건넨 큰 승리”라고 평가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당일인 1월 20일 멕시코만(Gulf of Mexico)의 명칭을 미국만으로 바꾸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지만, AP통신은 400년 이상 공식적으로 통용돼온 멕시코만을 그대로 사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백악관은 오벌오피스와 에어포스 원에서 AP통신 기자와 사진기자의 취재를 금지했다.

AP통신은 위헌적인 언론 통제라고 반발했지만, 백악관은 집무실과 전용기가 “대통령의 개인적 업무 공간이자 비행기”라며 이곳에서의 취재가 헌법상 권리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박상훈 기자 andre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