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신부전 등 만성질환자 중의학과 협진 땐 예후 좋아”

■ 대만 장경기념병원 황쩌훙 중의학센터장 인터뷰

중의학, 당뇨 환자 전인적 치료
투약과 식이요법으로 개선시켜
코로나 치료 한약 60개국 수출

타오위안=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

“당뇨와 신부전 등 만성질환자에게 서양의학과 중의학(中醫學)을 병행 치료하면 서양의학만으로 치료할 때보다 더 좋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중의학은 서양의학만큼 효과적입니다.”

지난달 15일 대만 타오위안시 장경기념병원에서 만난 황쩌훙(黃澤宏·사진) 장경기념병원 중의학센터장은 중의학과 서양의학의 협진 효과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장경기념병원은 1만2000병상 규모로 하루 평균 내원객이 3만5000명에 달하는 대만 최대 병원 중 한 곳이다. 이 병원은 중의학센터를 설치하고 서양의학과 적극적으로 협진 중이다. 이는 대만 정부 정책의 일환이다. 대만 위생복리부는 종합병원에서 중의학과 서양의학을 병행 진료하도록 하고 있다.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 진입을 앞둔 대만은 중의학과 서양의학이 협진하는 ‘재택 돌봄 시범 사업’도 추진 중이다. 고령자와 만성질환자 치료에 중의학을 접목해 환자 편익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대만에선 고령인구가 늘어나면서 당뇨, 치매, 고혈압, 신부전 등 만성질환자도 급증하고 있다. 대만은 1년 내내 기후가 덥고 습한 탓에 집에서 요리를 하지 않아 외식문화가 발달했다. 주로 기름기와 당류가 많고 칼로리가 높은 음식이 많아 당뇨병 환자가 늘고 있는데 이는 신부전 환자 급증의 주된 원인이기도 하다. 최근 대만 신장 투석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황 센터장은 “외식문화를 즐기면서도 정작 본인이 당뇨병에 걸렸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환자가 상당수”라며 “당뇨병 초기 환자는 생활 습관과 일상 환경 개선을 통해 조기 치료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당뇨병에서 협진 효과는 뚜렷하다. 황 센터장은 “당뇨에 대해 중의학은 서양의학과는 접근법 자체가 다르다”며 “서양의학은 혈당 위주로 투약 치료를 하지만 중의학은 환자의 모든 것을 살피는 전인적인 치료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식이요법을 하지 않은 채 혈당약만 먹는다면 당뇨병성 질환은 악화될 수 있다”며 “대만 내에선 신부전 발병 원인의 51%가량이 당뇨병인데, 초기 당뇨 치료가 이뤄진다면 신부전까지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만성신장질환도 중의학이 병행되면 초기 치료 효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뇨병 환자의 삶의 질이 개선되고 환자 의료비가 줄어드는 양상이 뚜렷했다는 설명이다. 황 센터장은 “연구 결과 만성신장질환 3기 이전에는 중의학 협진이 예후가 더 좋았다”며 “신부전으로 악화되는 것이 지연되고, 말기 신장질환과 혈액투석까지 시간을 확보해주면서 남아있는 신장 기능을 보호해줬다”고 말했다.

대만 연구 논문에 따르면 한약을 먹은 후 신부전이 생겼다는 우려도 줄어드는 추세라고 한다. 황 센터장은 “중의학에선 약을 지을 때 중금속과 농약에 오염되지 않은 과학제제를 사용하고 있다”며 “요즘 대만 서양의학에서는 신부전 환자들에게 과학제제로 만들어진 한약을 먹어도 된다고 권하는 추세로 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장경기념병원 자체 통계 결과 과학적 한약제제를 복용하면 만성신장질환자의 신부전 위험과 사망률이 동시에 떨어졌다”며 “루프스 홍반증 환자의 경우 한약을 먹으면 신장질환 위험을 약 50%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덧붙였다.

한약에 대한 인식이 크게 바뀐 계기는 코로나19 사태다. 당시 대만에선 한약인 ‘청관1호’가 코로나19를 치료하는 데 효과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는 위생복리부 산하 국가중의약연구소가 개발한 한약제제인데 복용 후 발열 증상이 완화되고 큰 부작용도 발견되지 않았다. 청관1호는 전 세계 60개국에 수출돼 대만 중의학 약재 수출의 돌파구도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