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차훈 전 새마을금고 회장, 대법에서 ‘일부 무죄’ 파기환송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박차훈 전 새마을금고 회장. 연합뉴스

항소심서 징역 6년에 벌금 2억 원 선고
대법, 변호사비 대납·금품수수 등 무죄
고법, 무죄 부분 빼고 형량 다시 정할 예정


새마을금고중앙회 회장으로 재직하며 중앙회 임원과 자산운용사 대표 등에게서 억대 금품을 받은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박차훈(68) 전 중앙회 회장이 대법원에서 일부무죄 판단을 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10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 등 혐의로 기소된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년과 벌금 2억 원, 추징금 1억72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박 전 회장은 류혁(61) 전 중앙회 신용공제 대표이사를 통해 자산운용사 아이스텀 파트너스 유영석(57) 전 대표로부터 각각 현금 1억 원과 변호사 비용 5000만 원을 대납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2022년 8월 새마을금고 자회사 대표 김모(65) 씨로부터 800만 원 상당의 황금도장 2개를 받은 혐의, 2021년 12월 중앙회장 선거를 전후해 상근이사 3명에게서 7800만 원을 받아 경조사비와 직원·부녀회 격려금 등으로 사용하고 변호사비 2200만 원을 대납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1·2심 모두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지만 이 과정에서 유죄로 판단된 변호사비와 황금도장 2개가 쟁점이 됐다. 2심은 변호사비 5000만 원을 수수한 것 자체는 범죄가 아니라고 봤지만 ‘대납을 요구·약속했다’는 부분에 대해 예비적 공소사실로 유죄를 인정됐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변호사비가 어디까지나 박 전 회장이 아닌 변호사에게 귀속되는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사회 통념상 피고인이 직접 받을 것을 요구·약속한 것과 같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황금도장 2개에 대해서는 증거수집 절차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점을 문제로 봤다. 대법원은 "황금도장 등은 압수수색 영장의 범죄혐의 사실 자체 또는 그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 범행과 직접 관련돼 있지 않다"고 판시했는데, 이는 범죄 사실과 무관한 증거를 압수해 위법하다는 의미로 풀이됐다.

대법원은 다른 부분에 관한 2심 법원의 유죄 판단에는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사건을 돌려받은 서울고법은 대법원 판단 취지에 따라 다시 재판해야 한다. 이날 무죄 판단이 나온 부분을 제외하고 나머지 혐의만으로 다시 형량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정선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