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미국산 방산·소부장 수입확대 모색… 관세율 최대한 낮춘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한·미 통상당국자 대화 9일 미국 워싱턴DC 상무부 회의실에서 정인교(왼쪽 세 번째) 통상교섭본부장이 제프리 케슬러(오른쪽 세 번째)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 차관, 윌리엄 키밋(〃 네 번째) 상무부 선임고문 등과 면담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 ‘미국 관세 유예’ 협상시간 확보

미국산 무기 늘릴 여지 있고
소재·부품·장비는 원래 해외의존도 커

대미 무역흑자 폭 축소 통해
관세율 인하·면제 협상 전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중국을 제외한 교역국에 대해 상호관세 부과 90일 유예를 전격 선언하며 국내 통상 당국도 후속 협상을 위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한국 측은 이미 수입 확대 방침을 세운 미국산 에너지뿐만 아니라 방산 장비 등의 수입을 확대하며 대미 무역수지 흑자 폭을 조정하는 방향으로 관세 면제나 관세율 인하 협상에 우선 나설 것으로 보인다.

10일 수출입 업계 등에 따르면 상호관세 및 품목관세에 관한 통상 당국의 향후 대미 협상은 트럼프 행정부가 가장 문제 삼고 있는 대미 무역수지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 각국에 대한 상호관세율을 책정·발표한 근거가 각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 규모를 바탕으로 한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지난해 역대 최고인 557억 달러의 대미 무역 흑자를 기록했다.

통상 당국이 이미 LNG 등 미국산 에너지 수입 확대 방침을 밝힌 가운데 대미 수입 확대가 주목되는 또 다른 품목은 방산 분야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미국과 오랜 동맹관계로 기존에도 미국산 무기를 수입해 온 만큼 수입 규모를 더 늘려도 방위 체계 등에 큰 지장이 없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미국이 첨단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만큼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수입 규모를 늘리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소·부·장 경쟁력 강화를 위한 각종 투자와 연구·개발(R&D)이 진행되고 있지만 반도체 제조공정에 투입되는 장비 등은 아직 해외 의존도가 높다. 따라서 이 분야에서 미국산 수입을 늘리면 대미 무역수지 조정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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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 협상에 관해 공급망 등 경제안보 문제도 논의하겠다는 미 무역대표부(USTR)의 입장에 따라 반도체 등 공급망 강화 방안 역시 국내 산업·통상 당국의 협상 카드가 될 수 있다. 미국의 조선업 재건 및 중국 해운 산업 견제를 내용으로 하는 행정명령에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만큼 동맹국과의 협상을 우선시한다는 미국 측 방침에 따라 한·미 조선 협력도 유리한 카드로 급부상 중이다.

다만 미국 측이 요구하고 있는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참여 여부는 장기적인 의제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통상 당국 관계자는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아직 현지에서도 구체적인 추진 계획이 세워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계획 구체화 여부에 따라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논의가 심화될 경우 미국산 에너지 수입 확대와 미국 내 투자·일자리 창출 기여에 모두 효과를 낼 수 있다.

한편 국내 당국은 미국의 관세 정책에 대응하는 국제적 동향도 파악 중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재정경제금융관 회의에서 각국 재경관들에게 “미 관세 조치 관련 현지 동향을 빠짐없이 수집·보고하라”고 당부했다. 그는 이어 “유예기간 동안 우리 기업들이 새로운 통상환경 변화에 철저히 대비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해 지원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