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대선 역대급 ‘묻지마 고소’ 기록하나

정치 양극화에 고발 등 혼탁 우려

20대 선거사범 2001명으로 급증
기소율 오히려 줄어 30.4% 그쳐
시간·인력 부족에 수사차질 우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을 거치며 탄핵 찬성·반대로 갈려 정치 양극화가 극심해진 가운데 6월 3일 치러지는 조기 대선에서 ‘묻지마 고소’로 인한 선거사범 입건자 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0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치러진 대선 관련 선거사범 입건자 수는 선거를 거듭할수록 증가 추이를 보여왔다. 2012년 18대 대선 당시 739명이었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전체 입건자 수는 2017년 19대 대선에서 878명, 2022년 20대 대선 2001명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수사를 통해 최종적으로 재판에 넘겨진 기소자 수 역시 18대 대선 당시 428명에서 19대 대선 512명, 20대 대선 609명으로 증가세를 이어갔다.

대선 선거사범 증가 추이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고소·고발에 따른 입건자 수’ 급증세다. 19대 대선에서 고소·고발로 입건된 피의자는 429명으로 18대 대선(428명)과 별 차이가 없었지만 윤 전 대통령과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맞붙어 보수·진보 간 대결 양상이 격화됐던 20대 대선에서는 고소·고발에 따른 입건자 수가 1313명으로 직전 대선보다 3배가량으로 증가했다. 하자만 이른바 묻지마 고소·고발에 따른 입건자 수가 증가하면서 선거사범 기소율은 오히려 떨어졌다. 20대 대선 당시 선거사범 기소율은 30.4%로 앞선 19대(58.3%)나 18대(57.9%)에 비해 반 토막 났다. 당시 대검은 기소율 급감에 대해 주요 후보자를 대상으로 한 근거 없는 고소·고발 급증을 주된 이유로 꼽았다. 특히 이 전 대표 관련 대장동 의혹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부산저축은행 부실수사 의혹 등 네거티브 공방이 대선 기간 내내 이어지면서 고소·고발전이 난무했다는 평가다.

법조계에서는 6월 조기 대선에서도 묻지마 고소·고발이 난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 법조계 인사는 “헌재의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내려졌지만 결과에 동의하지 않는 유권자가 다수 존재하고, 이 전 대표 역시 공직선거법 위반 상고심을 비롯해 사법리스크가 끊이지 않은 만큼 이번 선거에서는 역대급 고소·고발전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소·고발 사건의 경우 자동으로 검찰에 입건되는 만큼 정작 필요한 선거사범 수사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최종적으로 수사기관이 기소하지 않더라도 입건된 사건을 들여다봐야 하는 만큼 물리적으로 시간·인력이 부족할 수 있다는 평가다.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경우 선거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종결해야 해 신속한 수사를 필요로 한다.

이에 따라 대검은 9일 전국 검찰청에 선거전담수사반을 편성하고 단계별 비상근무 실시 등 선거사범 수사에 만전을 기하도록 지시했다. 법무부 역시 지난 8일 “선거사범에 대한 공정하고 신속한 수사와 법질서 확립에 관한 지시를 검찰에 시달했다”며 “검찰은 신속히 선거대비 체제로 전환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현웅 기자 leeh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