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꼼수 복귀’에… 총장들 ‘증원 0명’ 회의론

■ 투쟁 강도 세지자 회의론 커져

혜택 본 신입생마저 ‘수업 거부’
상위권 의대 반수 노리는 학생도

“대학별로 복귀 상황에 맞춰
자율로 정원 정하게해달라”

연세대·성균관대·가톨릭대 등 주요 대학 의대생들이 대거 복귀 후에도 수업 거부를 계속하자 일부 대학 총장들 사이에서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3058명으로 동결할 필요가 있냐”며 ‘증원 0명’에 대한 회의론이 불거지고 있다. 정부가 동맹휴학에 나선 의대생들이 수업에 전원 복귀하면 내년도 증원을 백지화하겠다고 물러섰는데도 불구하고 수업에 불참하고 있어서다.

10일 한 지역 의대 A 총장은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학생들이 제대로 수업에 들어오지 않고 있는데, 지금 ‘3058명’을 관철해야 할 당위성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앞서 의대가 있는 40개 대학 총장이 모인 ‘의과대학 선진화를 위한 총장 협의회(의총협)’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의 건의를 받아들여 내년도 모집인원을 기존 정원 3058명으로 동결하는 데 공감대를 모았다. 하지만 의대생들이 돌아오지 않는 와중에 이 같은 방침을 유지할지 고민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다른 의대 B 총장은 “원래 총장들 사이에서도 모집인원 동결에 대한 이견이 있었는데, 학생들을 위해 대승적으로 결단했던 것”이라며 “차라리 각 대학이 복귀 상황에 맞춰 자율적으로 인원을 건의할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현재 내년도 의대 모집 인원은 5058명인데, 증원 전 수준인 3058명을 철회하고, 각 대학 수업 여건 등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증원 규모를 결정하는 게 낫다는 취지다.

이는 수업 복귀율이 예상보다 저조한 탓이다. ‘빅5’ 병원이 있는 의대 중 서울대의 경우 본과생 상당수가 복귀했지만, 연세대·성균관대·가톨릭대·울산대와 고려대 학생 대표들은 전날 “우리들의 투쟁 의지는 굳건하다”며 수업 거부 의사를 재차 강조했다. 정부가 수업 전원 복귀를 전제로 내년도 모집인원을 동결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들은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그대로 남아 있다”고 주장했다.

의대 증원 혜택을 받고 입학한 25학번 신입생들마저 투쟁에 속속 동참하면서 총장들의 회의론에 불을 붙이고 있다. 전날 아주대 의대 신입생들은 ‘25학번 학생 일동 성명문’을 내고 “수강신청을 포기하고 일체의 수업을 거부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일부 지역 의대에서는 반수 등을 통해 상위권 의대 진출을 꾀하는 학생들까지 생겨나고 있다. 호남권 의대에 재학 중인 C 씨는 “지난해 휴학 시작했을 때부터 반수나 N수하는 친구들이 많다”며 “사실 진짜 싸우고 싶어서 휴학하는 친구들은 몇 안 되고, 나머지는 하라는 대로 하다 보니 차라리 반수나 할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올해 전공의 수련 혁신에 약 28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등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통해 마련한 의료개혁 실행 과제들을 계속 추진하기로 했다. 대통령 파면에 따라 의료개혁특위도 해체돼야 한다는 의료계의 요구에도 일단은 개혁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