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기재부 손보기’… 부처 분리 추진 본격화

당내 ‘기재부 권한과도’ 공감대
‘재경부-예산처’ 분리법안 발의
정책위의장 “후보공약 포함검토”

더불어민주당에서 기획재정부를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쪼개는 내용이 담긴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연이어 발의됐다. 예산과 세제를 비롯해 경제·금융·외환 정책까지 총괄하는 기재부의 권한을 분산하겠다는 취지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기재부의 권한이 과도하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대통령선거에서 기재부 분리가 민주당 후보의 공약으로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0일 통화에서 “기재부를 분리해야 한다는 게 기본적인 방침으로 당내 공감대도 어느 정도 형성돼 있다”며 “내부 논의를 거쳐 대선 공약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진 정책위의장은 “다만 기재부를 어떤 방식으로 분리할지는 구체화 작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기재부 분리 논의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기형·허성무 의원은 각각 기재부를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쪼개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안을 발의했다.

오 의원은 법안 제안 이유를 “유례없는 세수 결손이 있었음에도 정부는 국채 발행도, 추가경정예산안 편성도 없이 재정을 운용했다”며 “기재부라는 하나의 부처에 권한이 과도하게 집중됐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고 제시했다.

허 의원도 “코로나19 재난지원금 등 자금을 유연하게 운용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국가 부채 등의 사유를 들어 소극적 대응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며 “정책 기획과 재정 집행 기능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해 국민의 요구와 기대에 부응한 예산 편성 및 집행을 가능하게 해야 한다”고 법안 발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에서 기재부 개편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당시 이 전 대표는 “기재부가 모든 부처의 상급 기관으로 쉽게 말하면 대통령이나 청와대와도 충돌한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린다”며 “예산처는 미국처럼 대통령 직할로 두는 것이 좋지 않나”라고 주장했다.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을 지낸 김동연 경기지사도 전날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기재부와 검찰은 해체 수준으로 개편하고, 로펌 취업 제한 등 공직사회와 법조계의 ‘전관 카르텔’을 혁파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은 기재부가 국유재산을 매각할 때 국회에 의무적으로 사전 보고하도록 하고, 예비비 사용 통제를 위해 편성 요건과 지출 심사를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할 것으로 전해졌다.

김대영·나윤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