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헌법재판관 지명 무력화’ 법개정 강행

■ 헌재법 개정안 법사위 통과

권한대행 ‘대통령 몫 행사’ 막아
소급적용 조항 신설 추진 논란
문형배 · 이미선 임기연장 포함

권성동 “韓 권한행사 문제없다”

더불어민주당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에 거세게 반발하며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 재판관을 지명하지 못하도록 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했다.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카드를 검토하며 권한쟁의심판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도 예고했다.

법사위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는 자는 국회에서 선출하는 사람 3명,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사람 3명에 대해서만 임명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을 담은 헌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 지명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막는 데 목적이 있다. 특히 법사위는 이날 해당 단서 조항의 적용 시기와 관련해 ‘이 법 시행 당시 헌재 재판관 임명 절차가 진행되는 경우에도 적용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한 권한대행이 전날(8일)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과 이미선 재판관의 후임자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지명한 것을 ‘무효화’하기 위한 조치다.

개정안에는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회의 선출일과 대법원장의 지명일로부터 7일 내에 재판관을 임명하고, 기한이 지나면 재판관을 임명한 것으로 간주하는 조항도 담겼다. 또 후임자가 임명되지 않은 경우 현직 재판관이 계속 직무를 수행하도록 했다.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의 재판관 지명에 대한 권한쟁의심판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검토했으나 ‘민주당’으로는 청구인 자격이 없다는 결론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권한쟁의심판은 한 기관이 다른 기관으로부터 권한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할 때 청구하는데, 한 권한대행의 재판관 지명 적절성 여부와 별개로 민주당이 침해당한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의 적법하지 않은 임명 절차로 국회의 인사청문 권한을 침해했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권한쟁의심판 청구 주체를 법사위로 할지, 국회로 할지, 의장으로 할지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카드도 쥐고 있지만 당장 탄핵소추안을 발의하지는 않고 있다.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MBC 라디오에서 ‘탄핵 카드를 다시 꺼낼 수도 있나’라는 질문에 “한 권한대행의 궤도 이탈에 대해서 그냥 지나선 안 된다는 여론이 상당히 강하다”고만 답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이재명 세력은 한 권한대행의 재판관 대통령 몫 2인 임명을 비난하며 재탄핵 가능성까지 내비치고 있다”며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이 행사하는 모든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지금은 대통령이 ‘직무정지’가 아닌 ‘궐위’ 상태이기 때문에 대행이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하는 데에 논란의 소지가 없다”고 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재명 세력의 탄핵중독만 없었어도 재판관 임명이 이렇게 시급한 과제는 아니었을 것”이라고 했다.

민정혜 기자 leaf@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