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절차 거부’ 법조계 논란 가열

‘국회의장 보이콧’ 찬·반 팽팽
입법조사처 판단 뒤 최종결론

우원식 국회의장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지명한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2명에 대한 인사청문 절차를 거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헌법 전문가들은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을 지명하는 방식의 적절성 여부와 별개로 국회가 인사청문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우 의장 측은 대통령 권한대행의 인사청문 요청이 권한을 벗어난 행위인 만큼 국회입법조사처를 통한 유권 해석을 받아 대응 방안을 최종적으로 결론 낸다는 방침이다.

김대환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9일 통화에서 “의장이 국회에 들어온 인사청문 요청을 접수하지 않고 돌려보내는 것은 국회법에 근거가 없어 향후 불법 논란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국회법 65조의2는 ‘상임위원회는 공직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요청이 있는 경우 인사청문을 실시하기 위해 각각 인사청문회를 연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 교수는 “법 조항의 문구가 ‘열 수 있다’가 아니라 ‘연다’인 만큼 인사청문 실시 여부는 의장이 선택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한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지명을 ‘불법’이라고 비판하면서 의장이 인사청문 요청을 돌려보내면 불법을 불법으로 막는 행위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다만 한 권한대행이 권한을 벗어난 행위를 한 만큼 인사청문회를 실시하지 않는 것이 맞다는 반론도 있다. 맹수석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무자격자인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지명했기 때문에 지명된 사람도 자격이 없다고 봐야 한다. 우 의장이 인사청문 요청을 접수하지 않는 게 맞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의장실 관계자는 “국회입법조사처가 유권 해석을 위해 헌법학계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며 “대통령 권한대행이 인사청문을 요청할 자격이 없다는 결론이 나면 접수하지 않고 총리실에 돌려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을 지명할 수 있는지와 관련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김 교수는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 행사 범위를 좁게 해석하면 대한민국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차기 대선까지 ‘국정 불비’ 상태에 빠질 수 있다”며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의 모든 권한을 이양받는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장 교수는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지명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권한 행사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윤석·민정혜 기자